노무현 대통령은 1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재정경제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재경부 김영주 차관보는 업무보고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증시안정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수요기반이 확충돼야 한다”며 “기업연금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이므로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경부의 간단한 업무보고에 이어 비공개로 열린 토론은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때로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회에서 전개된 토론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한다.
◇`적자재정` 놓고 논란=불안한 경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 재정대응`문제를 놓고 주무장관간에 의견차가 노정되는 등 상당한 `토론`이 벌어졌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경기가 어렵다고 바로 적자재정으로 선회하면 곤란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해도 2조원밖에 여유가 없다"면서 재경부의 `재정대응론`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진표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한국경제에 있어재정건전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재정건전성이라는 명예도 중요하지만 경기가악화되고 정책수단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경기급강하를 막기 위해 적극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언급, 필요에 따라 적자재정도 감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영주 차관보는 "적자재정이라는 말은 없었다"며 "노 대통령은 재정의 역할이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국무회의 등을 통해 재정의 조기집행을 적극 독려해 나가겠다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기업연금 추진 지시=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증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재경부관계자와 참석자간에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자산규모가 1,000조원에 달하는 은행이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는 고작 7조∼8조원선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은행 등 기관투자가의 소극적 투자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는 "은행들이 자기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데 주식에 투자를안 한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적극적 배당정책과 주주를 위한 경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연기금의 주식투입과 관련, 토론 참석자들은
▲연기금 자체의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경쟁방식으로 선정한 외부의 전문운용기관에 자산운용을 위탁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며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도입등으로 증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시의 수요기반 안정을 위해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돼야 하며 은행ㆍ보험 등 금융기관이 주식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유인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차관보는 "노 대통령은 중장기 수급안정대책을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추진하고 특히 기업연금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이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위해 세제ㆍ재정확대=노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참석자는 노 대통령이 "`지방분권`이 왜 쟁점현안과제가 아닌 주요과제로 분류됐느냐"며 자신의 핵심공약이 부각되지 못한데 대해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주요현안과제가 많아 그렇게 됐다"고 답변했다.노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해 재경부가 앞서 세제.재정분야에서 분권화를 좀 더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앞으로 지방균형발전문제는 재경부가 청와대 태스크포스와 함께 관계부처의협조를 받아 더욱 발전시키고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김 차관보는 "국세의 지방세 이전 등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