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까지 파는 거냐.”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가 멈출 줄 모르면서 개인들마저 스스로 이런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가 반드시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저금리 추세도 지속되고 있지만 개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주식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마다 지수 700선에 도달하면 개인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같은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지수가 오르던 떨어지던 관계없이 연일 매도세다. 15일 637억원어치를 내다판 것을 비롯해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1조2,309억원을 순매도했다. 올 들어서는 모두 4조8,000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계속된 매도공세로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는 투자자들마저 시장참여를 망설이고 있으며 이는 증시 수급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분위기는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에서의 `2차 환매`를 야기시켜 기관마저 연일 주식을 내다파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의 9일 연속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기관이 매도공세를 펴면서 전일보다 2.29포인트(0.30%) 떨어진 764.23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 하락은 개인과 기관 등 국내 투자자들의 매물 공세 때문으로 당분간 지수 상승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질 고객예탁금과 투신권의 주식형 잔고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킬 모멘텀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지속돼 큰 폭의 지수 하락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들이 최근 가격 부담을 느껴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업종으로 매기를 옮겨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외국인의 매수세가 신규로 유입되고 있는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권했다.
◇개인, “외국인의 매수세는 머니게임이다”=개인들이 매도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는 침체된 내수경기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은 것 못지않게 최근 순매수세를 펼치고 있는 외국인의 매매행태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이 지수를 올려놓은 뒤 곧 차익을 남기고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에게 더 이상 당하지 않는다`는 심리가 매도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
여기에 꽁꽁 얼어붙는 내수경기도 개인투자자들의 증시전망을 어둡게 해 지수가 오를 때마다 오히려 자금을 회수해 증시를 빠져나가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700선 이하에서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체감경기 둔화와 엄청난 규모의 신용불량자 수 등으로 차익실현에 열중하는 등 가격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최근의 지수 상승이 외국인의 독주에 의한 머니게임의 작품이라고 여기는 등 현 증시 상황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고객예탁금과 투신권의 주식형 잔액 등 직간접 투자자금이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순유출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 달 들어 고객예탁금의 유출 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투신의 수익형 잔고 역시 소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개인 매도, 외국인 매수 구조 이어질 듯=당분간 개인들의 매도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의 매수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투자증권은 외국인 자금이 앞으로도 2조원 정도 추가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했다. 지난 5월 이후 6개월 동안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약 11조7,800억원으로 이는 이는 지난 99년10월~2000년3월 유입된 13조8,4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99년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830선에서 1,028포인까지 23.4%가 올라 지난 5월 이후 상승률이 21.0%인 것과 비슷하며 환율 추이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같은 규모의 자금 유입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2조원 정도의 추가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
▲저금리 등에 대한 기대감에 뉴욕증시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국내에서도 매수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다만 최근 지수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그 동안 시장 상승에서 소외됐던 실적호전주와 배당투자유망주, 금융주 등으로 매수세가 이전될 것으로 대신증권은 예상했다.
조용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종합주가지수에 선행성이 강한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은 최근 반등 랠리로 주가가 적정수준을 회복함에 따라 소외업종을 중심으로 뚜렷한 순환매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