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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의 조지아 공장. 자동차의 몸통이 용접되는 차체공장에 292개의 노란색 로봇이 허리를 꺾고 손발을 휘두르며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한쪽 구석에서는 열댓 명의 직원이 모여 품질개선 논의를 하느라 빙 둘러서 있다. 그런 모습이 마치 말발굽 같다고 해서 '말발굽(horse shoe)' 회의라고 이름이 붙었다.
지난 2010년 2월 건설된 이 공장은 현대·기아차가 미국 자동차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05년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공장을 지은 데 이어 두 번째로 미국에 설립한 공장이다. 기아 옵티마와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 등 세 개 차종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261만2,000㎡(약 79만평)의 면적에 약 1조1,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설립 초기만 해도 조지아 공장의 존재감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비해 희박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2011년 6월 주야 2교대(10시간+10시간)에서 3교대제(8시간+8시간+8시간)로 근무형태를 전환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늘자 공장도 활발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2010년 15만3,665대이던 연간 생산 대수는 2011년 27만3,751대, 2012년 35만8,520대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36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을 뜻하는 HPV(Hours Per Vehicle) 역시 15.9시간으로 한국 공장(28.4시간)과 비교해 2배 가까운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조지아 공장이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공략을 위한 명실상부한 전진기지 '듀오'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높은 성장실적을 견인한 3교대제 전환은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의 소신과 의지 덕분이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정 회장의 소신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공장 신규 건설이 아닌 3교대제 도입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3교대제로 생산물량이 증가하자 근무인원도 늘어나고 가동률 역시 덩달아 높아졌다. 3교대제 전환 이후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823명을 새롭게 채용했으며 공장의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108.4%에 육박했다. 이는 현대·기아차 전체 해외 공장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3교대제가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노사 간의 상호 신뢰도 크게 작용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임금이 25%나 감소했음에도 종업원들은 이를 기꺼이 수용했다. 전병호 기아차 조지아 공장 경영지원실장은 "회사의 경쟁력 향상과 근로자의 여가 확보라는 공감대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여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