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김모씨 등은 수사 도중 범죄행위로 벌어들인 47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 및 부동산을 지난 1월 검찰에 의해 몰수 압류(보전)조치당했다. 통상 범죄자들은 형사재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후에 검찰이 추징ㆍ몰수를 해온 점을 악용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재산을 빼돌려왔는데 수사 초기 전격 압류조치를 당한 것이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던 최모씨가 몰래 출국하려다 검거돼 현장에서 소지하고 있던 1,000만원을 추징보전조치당했다. 검찰이 수사ㆍ재판과정에서부터 범죄수익 몰수ㆍ보전을 가능하도록 하는 ‘범죄수익규제법’을 지난해부터 본격 적용하면서 범죄수익 환수 및 보전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환수금액 전년 대비 82배 증가=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범죄수익환수반’을 지난해 5월부터 가동한 후 범죄수익 환수작업이 활기를 띠면서 올해 4월까지 1년 동안 596건의 범죄에서 2,500억원의 범죄수익보전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환수보전 규모는 전담반이 설치되기 전인 2005년 한해 동안의 기록보다 82배 증가한 2,383억6,000만원을 나타냈다. 올 들어서도 1월부터 4월까지 가압류시켜놓은 보전금액이 164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범죄건수 기준으로도 3배 늘어난 43건에 달했다. 2006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범죄유형별 환수규모를 보면 사행행위범죄가 2,297억4,000만원(408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패범죄 144억6,000만원(114건) ▦성매매 범죄 41억2,500만원(45건) ▦증권범죄 10건(61억1,800만원) 순이었다. 사행범죄 규모가 많은 것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바다 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비리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경제ㆍ재산범죄 징수는 아직 걸음마 수준=전체적인 범죄수익 규모는 늘고 있지만 주가조작 등 경제범죄, 사기ㆍ횡령 등 재산범죄 환수실적은 아직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세탁 등 복잡하고 교묘한 경제범죄에 대한 환수 역량을 강화하고 재산범죄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증권범죄 환수실적은 지난해 1건, 1,000만원에 그쳤고 올 들어서는 9건, 61억여원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는 최근 발표한 사상 최초 다단계 주가조작 사건 관련 환수 규모 한 건의 규모가 수십억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물 등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인 사건과 달리 사기ㆍ횡령ㆍ배임 등 재산범죄의 경우 아예 법적으로 환수보전조치를 할 수 없어 사실상 환수 및 추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범죄수익환수반의 한 관계자는 “재산범죄는 범죄수익규제법상 환수보전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피해자에게 피해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몰수자산기금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나친 민사 문제 개입 우려 등으로 답보상태”라고 말했다. 재산범죄 환수가 제도상 불가능함에 따라 검찰은 우선 범죄수익규제법상 보전 대상 범죄를 뇌물 등의 범죄에서 배임수재, 음란물 유포(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