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핵심이 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은 우리 정치인들의 편협하고 근시안적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2007년 소득대체율을 40%로 하향하고 연금보험료율을 상향하는 개편을 하고도 국민연금 소진 시점을 2047년에서 2060년으로 겨우 13년 정도 늦춰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전제로 소득대체율 상향시 보험료율 등 국민 부담 증가는 크지 않다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이에 섣불리 동조한 새누리당과 국가의 중대한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치권을 질타하는 정부·청와대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권 식대로라면 2060년 이후 국민연금 재정과 나라 살림살이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계산대로라면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이 국민연금이 소진된 후에는 소득의 4분의1 수준까지 높아져야 한다. 먼 후일의 일이지만 이런 폭탄성 부담을 아들딸 등 미래세대에 안길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졸속합의를 비판하는 국민 여론의 핵심이다.
공적연금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 싸움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다.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의 개악을 저지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결국 그리스로 갈 수밖에 없다. 채무국 그리스는 최대 채권국인 독일보다 연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 이런 걸 보면서도 국회가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자라나는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한 정치권 포퓰리즘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