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분기 GDP성장률 6.3%의 의미

◎기업 채산성 악화 등 “부정적”/4분기 6%대 성장해도 내년 전망 어두워/“경기바닥치고 올라설 힘 있을까” 회의론도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경제성장률 6.3%는 외견상 우리경제가 저점에 다가서 이제 상승국면으로 접어드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지난 80년이래 17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설비투자, 갈수록 악화되는 기업들의 채산성, 얼어붙은 체감경기 등 부정적 측면이 훨씬 두드러진다. 한은의 전망대로 4·4분기에도 6%대의 성장을 지속, 올해 6.1∼6.2%의 성장률을 기록할게 분명하지만 당장 내년 경기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금융연구원을 비롯한 일부 기관이 7%대의 고성장을 예상한 반면 상당수 민간연구기관과 외국 전문기관들은 3%대 저성장까지 내다보는 상황이다. 때마침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의 정보조사연구소(DRI)는 이날 한국이 올해 5.8% 성장에 이어 98년중 3.5% 성장하는데 그치고 99년엔 3.3%로 하락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부정적 전망의 근거는 3·4분기 성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우선 한국은행은 이날 『3·4분기중 민간소비와 설비·건설투자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크게 증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경기가 저점부근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또 전분기에 13.1%에 달하던 재고증가율이 3·4분기에 4.8%로 낮아지는 등 경기저점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볼 때 성장의 질적 내용도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3·4분기중 29.0%에 달한 수출증가율은 물량밀어내기의 결과일 뿐 수출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 교역조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기업들의 채산성은 수출을 할수록 악화된다는 얘기다. 민간소비의 정체도 바람직하지 않은 요인이다. 경기침체와 실업증가로 소득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됨에 따라 민간소비증가율은 전분기의 4.9%와 비슷한 5.1%에 머물러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훨씬 밑돌았다. 내수경기가 그만큼 침체돼 있다는 반증이고 체감경기가 왜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성장의 잠재력이 바닥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설비투자 감소율 13.0%는 제2차 오일쇼크가 휘몰아쳤던 지난 80년 2·4분기 ▽31.8%, 3·4분기 ▽20.3%, 4·4분기 ▽13.1%등에 이어 17년만에 최저수준. 지난번 경기저점이었던 93년 1·4분기의 12.1% 감소보다 더 부진한 양상이다. 문제는 지난 1·4분기 ▽1.6%, 2·4분기 ▽1.5%에 머물던 설비투자 감소세가 갑자기 심화되고 있다는 것. 최근의 잇따른 대기업 부도사태와 외환위기를 감안할 때 설비투자 감소세는 더 가파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은은 『경기저점에 설비투자 감소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반응이지만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걱정스런 대목이다. 지난 1·4분기 5.5%까지 떨어졌던 GDP성장률이 2·4분기부터 6%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경기저점을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다. 최근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힘이 과연 남아있을까』라는 회의적 시각도 늘고 있다. 그런 분위기때문인지 선진국수준(?)인 3%대 성장까지 예견되는 암울한 상황이다.<손동영 기자>

관련기사



손동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