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민은행 노조가 국민은행 정기 주주총회(23일)를 하루 앞두고 김정태 행장의 경영실패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노조측은 특히 국민은행이 지난해 정부로부터 매입한 지분을 싱가포르의 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은행측은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이 과장됐거나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주총에서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노조 “경영진 문책 정식 요구”= 이낙원 옛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22일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정기주총에서 김 행장의 경영실패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책을 주주들에게 정식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그 근거로
▲김 행장이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100%(8억4,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아 시중은행장들의 4~5배에 달하는 16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았으며
▲가계대출과 카드영업에서 무모한 확장경영을 펼쳐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들었다. 노조측은 또 직원 2,3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82%가 행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은행측 “과장ㆍ사실무근” 반박= 은행측은 그러나 김 행장의 성과급은 경영진과 독립된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기본적인 성과급 형태로 결정된 사항이며 노조측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행장연임 반대) 역시 옛 국민은행 노조 단독으로 진행돼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반박했다. 은행측은 또 노조측이 테마섹에 자사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국내외 투자자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처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행장은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나 “보유 중인 자사주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지역의 은행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었다.
◇왜 책임론 들고 나왔나=이처럼 옛 국민은행 노조와 은행측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노조측이 주총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문책론 들고 나온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 안팎에서는 지난해 적자경영에 따른 직원들의 상실감과 함께 그 동안 옛 국민은행 출신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다는 상대적인 피해의식 등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옛 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김상훈 이사회 회장이 사임하면서 합병 당시에 있었던 옛 국민은행 출신 경영진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고 모두 중도 퇴임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이는 옛 주택은행 노조가 경영진 문책론을 정면으로 제기한 옛 국민은행 노조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최근 은행측이 비상경영 체제의 위기극복을 위해 노사화합선언을 하자는 제의를 하자 옛 국민은행 노조는 이를 즉각 거부한 반면 옛 주택노조는 전직원의 고용안정 보장 등을 조건으로 긍정적인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옛 국민은행 노조가 밝힌 주장들에 대해 “오는 4월께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진위를 가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우기자,김홍길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