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뉴욕 월가의 컨센서스였던 1.1%보다 훨씬 높은 2.0%로 나와 1분기 경기침체를 걱정했던 증권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뉴욕 증권가에서는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나갔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비관적 견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직도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주장, 섣부른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표를 통한 경기회복 점검
이번주도 여전히 기업들의 1분기 수익발표가 지속되는 어닝 시즌의 와중에 있지만 대형소재는 지난 몇주 사이에 이미 발표된 상태여서 1일의 프록터 앤드 갬블(P&G)과 넥스텔 등 몇 개를 제외하면 시장의 관심을 끄는 기업은 드물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발표되는 지표들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1분기 GDP의 호재를 살려나갈지, 후퇴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표가 경기회복 여부와 그 정도를 확인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발표되는 주요지표로는 1일의 제조업 생산지수(NAPM)와 4일의 고용동향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발표되는 지표의 경향을 보면 주택시장 등 서비스 산업분야는 금리 인하의 약발이 먹히고 있지만, 제조업 부문과 정보기술(IT) 산업 부문은 여전히 바닥을 헤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내주에 나올 지표도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뉴욕 금융가가 어떤 컨센서스를 가지고 지표를 읽어 나갈지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GDP의 허실
1분기 GDP가 지난해 4분기보다 좋게 나왔다는 것이 곧 미국 경기가 회복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기둔화(Slowdown)'를 겪고 있을 뿐, '침체(Recession)'는 아니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1분기 GDP가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던 데는 소비 수요가 살아있었다는 점이 크게 기여했다. 소비 수요는 GDP를 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그러나 컨퍼런스 보다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떨어지고, 미 시간대학이 발표한 소비자감성지수도 전달에 비해 낮게 나와 다음 분기 GDP가 나쁘게 나올 가능성을 예고한다.
또 1분기에 미국의 수입이 줄어 무역수지적자 폭이 감소한 것도 GDP 평가에 좋은 결과를 반영했다. 하지만 이 또한 다음 분기에 나쁜 결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
수입이 준다는 것은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이 앞으로 원자재, 중간재, 소비재 소비를 줄이고 있음을 반영하고, 이 또한 2분기 성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월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도 걱정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게 풀리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여건에서 미국인들의 대중상품인 휘발유값이 뛰고 있고, 물가도 상승압박을 받고 있다. 1분기 물가상승율은 3.3%로 전분기의 1.9%보다 빠른 속도로 올랐다.
따라서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성장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의 경제 성장율이 5.2%였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2분기까지 경기 둔화의 와중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루칩은 연초 주가를 회복
지난주 증시를 요약컨데 '구경제(Old Economy)'를 대변하는 블루칩들은 경제회복의 호재를 한껏 활용한데 비해, '신경제(New Economy)'의 기술주들은 급반등에 따른 조정과정을 보였다.
1분기 GDP 발표를 발표하던 27일 다우존스 지수는 1.1%, 나스닥 지수는 2% 각각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한주동안 231 포인트 상승, 연초 주가를 완전히 회복했다.
나스닥은 지난주 상승세를 마감하고 일단 4% 하락했는데, 상승기 3주동안 저점 대비 32%나 급등한 만큼 지난주는 중간 조정이라는 해석이다.
지난주엔 그날그날 발표되는 지표들이 뉴욕 증시에 큰 영향을 미쳤다. 24일 컨퍼런스 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나쁘게 나오자 주가가 내려갔고, 다음날 주택거래동향이 좋게 나오자 올라갔다. 27일엔 1분기 GDP가 호재였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GDP 발표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채권시장은 금리에 가장 민감하므로 예상보다 좋은 GDP 결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5월달에 기대한 만큼의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채(TB)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뉴욕 외환 딜러들은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