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신속·차질없이 추진" <br>"법정분쟁·화학부문 계열분리 가능성 제로" <br>신성장동력 모색속 유동성위기 극복은 부담
| 31일 금호아시아나그룹 5대 회장에 취임한 박찬법 신임 회장이 박삼구 명예회장의 축하 박수를 받으며 그룹기를 흔들고 있다. /이호재기자
|
|
오너 일가가 퇴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어갈 박찬법 신임 회장 체제가 31일 본격 출범했다.
지난 194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창립 이래 63년 만에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시대를 연 박 신임 회장은 그룹 구조조정 및 유동성 위기 극복 등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첫발을 디디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오전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박삼구 명예회장을 비롯한 그룹사장단 등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찬법 제5대 그룹회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삼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기(旗)를 넘겨 받은 박 신임 회장은 단상에 올라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룹의 산적한 현안을 앞에 두고 있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그룹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일로매진 할 것"이라면서 "주주와 시장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그룹 구조조정에 보다 속도를 높여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취임식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박 신임 회장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포함된 구조조정은 적기에 완벽하게 정리되도록 할 것이며 그룹의 도약과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추가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 "구조조정은 상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그룹이 일사불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체제로 전환돼 그룹 현안 해결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하루 속히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그룹의 안정과 내실을 꾀하고 기존 사업 분야를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으로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건설 부문이 취약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기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되 크게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대우건설 매각 진행과정에 대해 "매각 절차는 순서 및 약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잘 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박찬구 그룹 화학 부문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해임과 관련해 법적 분쟁 및 화학 부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둘 다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 신임 회장은 '합리경영'을 강조하면서 재임기간 중 업무 추진 과정에서의 모든 판단과 결단은 합리에 근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임직원들도 합리경영을 핵심 지침으로 삼고 모든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그룹의 안정적 운영에 매진하고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며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꽃피우고 ▦인간중심ㆍ환경중심 경영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은 40년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몸담아온 '금호맨'이다. 1969년 ㈜금호에 입사, 1990년 아시아나항공 영업담당 상무를 거쳐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 항공 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고(故) 박인천 창업 회장에서부터 박삼구 회장까지 4명의 회장을 거치면서 오너 일가의 신뢰를 받아왔다. 오너 일가와 비슷한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지만 일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전문경영인이다.
■ 朴신임회장 일문일답
"대주주 전폭 성원…소신껏 그룹 이끌 것"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신임 회장은 31일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가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표명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소신껏 그룹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또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해임 등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호아시아나그룹 첫 전문경영인인데. 대주주와는 어느 정도 공조하게 되나.
▦그룹의 통상적인 모든 업무는 그룹 회장의 책임 아래 추진될 것이다. 다만 그룹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부분은 대주주인 박삼구 명예회장께서 책임지고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말씀하신 만큼 그렇게 진행되리라 믿는다. 또 박 명예회장께서 공개석상에서 (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표명했다. 내가 소신껏 그룹을 이끌 수 있는 기반이 이 이상 무엇이 있겠는가.
-최근 일련의 사태 때문에 조직 내부가 혼란스러울텐데 조직 안정화를 위해 조기에 인사를 추진할 계획이 있는지.
▦12월1일부로 정기인사가 있는데 지금 앞당겨봐야 2, 3개월이다. 조기 인사를 실시할 경우 괜히 불필요한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겠다.
-새로운 체제에서 박삼구 명예회장의 장남 박세창 그룹 상무와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의 역할이 달라지는가.
▦지금까지 해온 대로 주어진 책임과 권한을 변함 없이 잘 이행하리라 생각한다.
-박찬구 회장이 다른 화학 부문 계열사의 대표로도 재직 중인데.
▦이 문제는 순차적으로 적절한 절차와 형식을 갖춰 해결될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해임건은 소정의 절차를 거친 것이라 더 이상 걱정할 사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 본다. 법적으로 다툴 만한 흠결이 전혀 없다. 화학 부문의 계열분리는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다.
-샐러리맨 신화를 일으켰는데 비결이 있나.
▦신화를 일궜는지 자체도 의문이고 특별한 비결은 더더욱 없다. 다만 주위에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부지런하고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더라. 둘 다 나하고는 다른 체질인데 흉내내면서 그렇게 되도록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