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과 투자가 로버트 G. 헤그스트롬 지음/ 휘슬러 펴냄
주가나 토지 가격, 그리고 상품 가격들의 폭등과 폭락은 왜 일어 나는 것일까?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투자나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늘 의문으로 남아 있는 문제다.
일단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가격의 가치로부터의 괴리`에서 찾는다. 어떤 상품의 실제 가격은 그것의 실제 가치와 늘 괴리돼 있고, 이를 끊임없이 찾아 메우려는 움직임이 가격의 변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치와 가격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의 불합리한 기대, 즉 실제 상품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 때문이다.
실상이 이렇다면 가격이 가치를 찾아 메우려는 움직임을 `사전(ex-ante)`에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투자의 지름길이다. 가격 변화의 방향과 크기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난 후에는 `때는 이미 늦으리`다. 문제는 어떻게 미리 가격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공인금융분석가(CFA)인 로버트 G. 헤그스트롬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엉뚱하게도 추리소설에게서 찾고 있다. 그는 이번에 나온 `탐정과 투자가(The Detective and The Investor)`에서 홈즈, 뒤팽, 브라운 신부 등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 3인방의 치밀한 추리와 관찰을 통해 투기꾼이 아닌 투자가가 갖춰야 할 덕목을 소설과 현실을 대비시키면서 정리해 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추리소설이나 투자는 모두 퍼즐 게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다. 탐정의 임무가 용의자가 진범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라면, 투자가나 애널리스트의 임무는 어느 특정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정확히 평가되고 있느냐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귀스트 뒤팽은 에드가 앨런 포우가 쓴 최초의 탐정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1841년 작)`에 나오는 탐정으로 탐정소설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주목받는 히어로이다. 뒤팽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그가 모든 것을 아주 세밀히 관찰하여 전체 상황중에서 다른 수사관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를 끊임없이 찾아 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같은 현상을 보고 같은 사건을 다루어도 뒤팽이 다른 수사관들을 앞서는 이유는 그의 주도면밀한 성격, 즉 여유를 갖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조사하는 성격 때문이란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코난 도일의 소설을 통해 탐정의 대명사가 된 셜록 홈즈는 뛰어난 관찰력과 정보에 대해 항상 열린 마음, 그리고 냉정한 판단력을 통해서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친다. 저자는 관찰을 통해 얻은 디테일한 팩트를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객관성이 있는 결론으로 도촐하는 홈즈의 능력 뿐 아니라 돈에 대한 인간의 두가지 감정, 즉 욕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떨쳐 내는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성공한다고 충고한다.
G.K. 체스터튼의 작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파란색의 십자가`에는 남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과묵하고 평범한 외모의 브라운 신부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홈즈에 뒤지지 않는 정밀 수사기법,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에서 나오는 선악에 대한 `직감`을 통해 남들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가 월스트리트에 나타난다면 통계나 지표분석에만 의존하는 기술적ㆍ경제적 접근방식대신에 심리적 투자 기법으로 대승할 것이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라. 누구나 무시하는 하쟎은 정보 안에 진리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고정 관념에 사로 잡히지 말고 시장의 일방주의적 심리 흐름에 현혹되지 말라. 수많은 기업들을 똑 같은 붓으로 색칠하는 대중심리는 오히려 절호의 투자 기회란 점을 잊지 말라. 마지막으로 추측과 감각이 아닌 자신의 직관력을 믿어라.”이것이 소설 속의 탐정들을 통해 저자가 투자가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