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명인의 궁성으로

제1보(1~18)


완전히 주객이 바뀌었다. 불과 3개월 전에 본인방전에서 장쉬는 요다를 도전자로 맞이하여 7번기를 치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명인전의 도전자가 되어 요다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3개월 전에 요다는 명인과 본인방을 양손에 거머쥐기 위해 본인방의 궁성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장쉬가 똑같은 목적, 본인방과 명인을 함께 누리기 위해 명인의 궁성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명인전 7번기 제1국은 9월 9일 오사카에서 열렸다. 장쉬의 백번. 이 대국에서 장쉬는 꼭 반집을 졌다. 요다는 계가를 끝내고 환하게 웃었다. 첫판을 반집으로 이긴다는 사실은 길조로 통해 왔다. 본인방전에서 요다는 첫판과 결정국을 모두 반집으로 패한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런데 명인전 첫판을 딱 반집 이긴 것이었다. 여기 소개하는 것은 제2국. 장쉬의 흑번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장쉬는 흑3으로 먼저 걸치는 득의의 포석으로 나갔다. 심리적으로 상대를 격앙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포석 패턴이다. 흑11로 넓게 벌린 것은 장쉬가 본인방전 제6국에서 가에 좁게 벌렸다가 참고도의 백2를 즉시 당하여 고통스러웠던 기억 때문이다. 흑15는 백더러 우하귀를 곱게 지키라는 주문. 백이 17의 자리에 받아 주면 흑은 나로 벌릴 예정이다. “백이 그렇게 받아 주어도 나쁠 것은 없어요. 하지만 흑의 주문에 순응하는 것 같아서 요즈음은 젊은 기사들이 하나같이 안 받아 주는 추세입니다. 백은 아예 손을 빼든지 이 바둑처럼 협공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한국 기사들이 즐겨쓰는 다의 붙임수를 쓰든지 하게 됩니다.” 고월드(일본기원의 월간지)에서 파견나온 고마쓰 히데키 9단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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