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와 talk, talk] 이신욱 씨티티넷 사장

"1兆 내비게이션시장 공략 성공해 농구단 사는것이 목표죠"


192cm의 장신. 사무실이 꽉 찬 느낌. 요즘도 농구 하십니까, 질문을 건네자 “아뇨, 요즘은 살이 쪄서 몸무게가 0.1톤을 넘는데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신욱(44) 씨티티넷 사장은 고려대와 현대건설 농구단을 거쳐 82년 청소년 대표로 뛰었던 유망한 농구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한해 4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내비게이션 기기 제조업체 사장님이 돼 있다. 목표를 묻자 “농구단을 사는 것”이라는 대답이 마치 준비된 것마냥 곧바로 돌아왔다. 표정을 보니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농구단 하나를 가지려면 매출이 5,000억원 정도 되고, 홍보비 50억원은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회사로 커야 해요”라며 “사업을 시작한 것도 농구단을 사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농구 이야기부터 시작하죠. -중학생이 되니 한해에 키가 15cm씩 자라기 시작했어요. 중2 때 188cm가 되더군요. 그 해 말에 농구부에 끌려가서 다음해 봄에 우승했죠. 이때부터 농구만 했어요. 책상 앞에 안 앉게 됐고. 그러다가 갑상선 문제가 생겨서 현대건설 농구단을 마지막으로 그만뒀죠. 김유택 감독이 동기 뻘입니다. ▦지금도 농구 같이 하던 분들 만나나요. -아뇨. 실무로 와서는 현대전자 다니면서 회사 일에 올인 했어요. 농구계는 인연을 끊었죠. 30대에 이 회사 이사가 되고, 단장으로 컴백하리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더군요. ▲ 콘텐츠 개발로 수요창출 해야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회사를 그만 두고 6개월을 백수로 지내다가 ‘농구단 하나 만들자’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했죠. (갑자기 화제를 돌려 그는 “백수 때 집사람 만나 결혼했어요. 고맙죠. 이거 나오면 정말 좋아할 텐데”하고 활짝 웃었다.) 처음엔 노트북을 수입해다가 팔았는데 AS가 안되니까 한계가 있더군요. 접었죠. 그 다음 시작한 게 통신사업이에요. 직원들 월급 주려면 고정비를 벌어야겠다 생각해서, 사명 바꾸고 업종을 변경해서 2006년 8월부터 내비게이션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보편화 됐잖아요. -만 4년 됐죠.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가격도 참 싸요. 홈쇼핑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떨어진 거죠. 올해는 내비게이션 시장이 많이 변할 겁니다. 예전처럼 우회상장을 할 길도 막혔으니 자금이 들어오기 어렵게 돼서 기기회사도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뚜렷하게 나뉠 거에요. 자체적으로 지도(맵)을 내놓기 시작할 곳도 있을 것이고. ▦내비게이션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부품까지 하면 1조원은 되죠. 소위 길을 잘 못 찾는 ‘길치’들은 내비게이션을 앞으로 계속 써야 할 테니까. 다만 휴대폰처럼 2~3년마다 교체하진 않을 테니, 콘텐츠를 바꾸면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과제지요. ▲ 통신모듈 이어 맵 개발 눈앞 ▦씨티티넷은 어떤 콘텐츠를 개발 중인가요. -내비게이션에 통신모듈을 넣는 거에요. 이번 달에 CDMA모듈 개발이 끝나면, 6월부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에 들어갑니다. 4월에는 자체 맵 개발이 완료되죠. 우리가 개발한 맵은 특정 수요층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를 제공해요. 예를 들어 택시용 맵, 해병대 출신을 위한 맵, 강남구 뒷골목까지 다 나오는 맵 등등. 올해부터 매출이 많이 늘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제조회사가 직영점은 왜 운영하겠다는 거죠. -제조사는 단가가 떨어지는데 중간 유통업체는 30~40%까지 마진을 남기는 건 문제가 있으니까요. 자금력을 확보하는 대로 직영점을 100개 두고, 마진 가운데 20%만 소비자에게 돌려줘도 제조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합니다. 시범사업으로 부천에 직영점을 운영해봤더니 한 달에 5,000만~6,000만원의 수익을 내더군요. ▲ 구단주 되면 전문경영인에 맡길것 ▦회사 경영하면서 농구단까지 운영할 수 있으시겠어요. -구단주 겸 총감독이 되면 경영은 전문CEO에게 맡길 거에요. 기업이 500억원, 1,000억원으로 커지면 거기에 맞게 사고가 바뀌어야죠. CEO가 영업통이면 확실히 영업을 잘 하던가, 기술에 밝은 박사면 기술개발을 확실하게 해야지 어정쩡하면 안돼요. ▦자신만의 경영철학은. -농구감독은 대진표를 뽑기 전에 꼭 점 보러 가는 거 아세요? 점쟁이를 믿어서 라기 보다 이기기 위한 모든(그는 이 단어에 특히 힘을 줬다), 모든 일을 하는 거에요. 회사도 마찬가집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요. 전 평소 잠을 2~3시간 밖에 안 자요. 자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요.
■ 씨티티넷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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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OEM 납품…자체 브랜드도 선봬

씨티티넷은 2004년 설립된 내비게이션 기기 제조회사로, 현대오토넷 등 대기업에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60억원. 올해는 신제품 출시와 맵 개발로 800억원이 목표다. 씨티티넷의 강점은 제품개발부터 제조, 생산, 고객서비스까지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자체 생산라인을 통해 불량률을 줄이고 있으며, 고객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제품 만족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씨티티넷은 대기업 OEM에서 그치지 않고 자체 브랜드로도 다양한 내비게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LCD를 터치할 때마다 진동하는 '진동터치 내비게이션'을 내놓았고, 고객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셉트형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진출 범위를 넓혔다. 씨티티넷은 전국에 100개의 지정판매업소를 오픈하고 고객과의 대면 접촉도 늘려갈 계획이다. 씨티티넷의 목표는 무선통신과 내비게이션을 연동시킨 고성능 '카PC'를 개발,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텔레메틱스'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통신모듈을 탑재한 제품개발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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