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채소값은 폭락, 가공식품은 고공행진' 물가도 양극화

배추·고추 등 채소가격 폭락 <br>우유 등 가공식품은 고공행진


올해 들어 국내 경제 뿐 아니라 물가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추 등 주요 채소값은 폭락하는 반면 우유와 밀가루 같은 가공식품 가격은 일제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2일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에 따르면 이날 배추 한 포기는 940원에 팔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때의 3,270원보다 무려 71.2%나 떨어진 값인데, 하나로클럽에서 배추가 1,000원 밑으로 판매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물량 부족으로 한 포기 값이 1만3,000원 대로 치솟아 '금(金)배추'란 말까지 나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이날 이마트에서도 배추는 1포기 980원에 거래됐다.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작년 배추값이 뛰는 것을 보고 농민들이 배추 재배면적을 많이 늘린데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돼 출하 물량이 많아졌다"며 "소비량 보다 공급량이 과도해 최근 값 폭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로클럽에서 배추 1포기 가격은 3,970원(1월초)에서 3,300원(3월말), 지난달 21일에는 2,500원으로 계속 하락했다. 이런 추세는 채소류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이날 가락시장에서 대파 1kg(상품)의 도매가는 작년 동기보다 79.9% 떨어진 495원, 양파 1kg(동일)은 60.3% 낮은 429원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홍고추(-62.2%)와 풋고추(-55.0%), 오이(-38.9%)와 시금치(-38.6%) 등이 올해 작황 호조로 작년보다 값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가공식품은 주요 제조사들이 올해를 '가격 인상의 해'로 잡은듯 연일 품목을 바꿔가며 값이 오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형마트에서 1,980원에 팔리던 서울우유의 1,000㎖ 흰우유 값은 제조사의 가격 환원으로 지난달 말부터 2,150원에 팔리고 있다. 흰우유를 포함해 서울우유의 다른 우유 제품 값도 이때를 기점으로 8.5% 뛴 상태다. 당시 제조사측은 그간 진행했던 할인 행사 때문에 내려갔던 공급가를 원래대로 복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구제역 여파로 원유 수급이 어려워져 값 인상에 나섰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동서식품도 지난달 25일부터 맥심 모카골드 170g 리필 제품 값을 5,340원에서 5,860원으로 9.7% 올리는 등 커피제품 출고가를 9.0~9.9% 수준 인상했으며 CJ제일제당도 3월말 식용유 값은 3~9.4%, 지난달 14일 밀가루와 부침가루 등 40개 품목의 값을 평균 9% 높인 바 있다. 이밖에 최근 빙그레는 요플레, 사조해표는 식용유값 인상을 대형마트에 요청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채소류와 가공식품 가격에 미치는 주변 요인이 최근 판이하게 달라진 것을 물가 양극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채소의 경우 지난해 초 한파를 시작으로 여름의 폭염, 가을의 폭우까지 잇따른 기상악화로 채소값이 폭등했는데, 올해는 정반대로 좋은 날씨가 이어져 물량도 증가해 유독 값이 높았던 작년보다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반면 우유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이어진 구제역, 커피와 밀가루의 경우 국제 원재료 값의 꾸준한 상승 등 이 시기 이어진 악재가 제조사들이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는 빌미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채소는 수급이 안정되면 값이 크게 떨어지지만 한번 오른 가공식품 값은 가격 인상 요소가 사라져도 그대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가공식품의 가격인상에 따른 물가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