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KBS 모든장르서 시청률추락

'과거의 영광'에 안주 새 아이템 발굴 소홀<br>사장 연임등 정치공방에 아이디어 동력 상실한듯<br>방송환경 쌍방향 급변기 적절한 대응책 마련 시급

‘영광이여 안녕?’ KBS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뉴스부터 드라마, 예능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간 시청률 상위권을 사실상 독식하던 KBS가 최근 들어서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추락한 것이다. 지난 1월 마지막 주 TNS미디어코리아가 발표한 시청률에 따르면 상위 10개 중 KBS 프로그램은 1TV, 2TV를 합쳐 단 3개. 그나마 10년 가까이 아성을 지키고 있는 일일극(하늘만큼 땅만큼)과 대하드라마(대조영), 코미디(개그콘서트)다. 2005년 12월만 해도 시청률 상위 10위권 프로그램 중 9개가 KBS였다. 9개 안에는 평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 예능은 물론 ‘9시 뉴스’까지 올라 있다. 당시 SBS는 10위권 밖에서 몇몇 프로그램만을, MBC는 ‘황우석 사태’ 여파로 20위권 내에 단 한 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29~30일 MBC 뉴스데스크(16.4%)가 KBS 뉴스9(15.2%)을 무려 6년만에 시청률로 앞선 건 ‘빙산의 일각’일 뿐. 최근 들어 ‘상상플러스’ ‘해피선데이’ ‘스펀지’ 등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조차 2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지난 가을 개편 때 신설된 ‘시사기획 쌈’ ‘경제 비타민’ ‘오천만의 일급비밀’ 등은 모두 한 자리 수 시청률이다. 마지막으로 주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건 8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일일극 ‘별난남자 별난여자’다. KBS는 2003년 정연주 사장 취임 뒤 조직 개편과 새 아이디어 발굴 시도 등에 힘입어 ‘에듀테인먼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새 드라마 왕국’임을 자처했다. ‘스펀지’ ‘비타민’ 등이 생겨났고 주말 버라이어티쇼에선 여성 5명을 MC로 내세우는 파격적 시도를 단행하며 시청자의 높은 반응을 뽑아냈다. 정 사장이 작년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연임을 할 수 있었던 명분과 힘 중 하나가 ‘시청률 상승의 일등 공신’이었다. 문제는 시청률 하락이 단순한 반짝 부진이 아니라는 점이다. 타 방송 경쟁사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는 동안 KBS는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한 채 새 아이템 발굴에 소홀해 온 게 최근 부진의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주 상위 20위 중 KBS 프로그램은 총 8개지만 드라마를 제외하면 가장 최근에 신설된 프로그램이 4년 전 만들어진 ‘비타민’이다. 이 와중에 MBC는 뉴스데스크의 ‘1분 30초 뉴스 포맷’을 과감히 깼고 ‘무한도전’으로 새로운 버라이어티쇼의 개념을 선보였다. SBS 역시 ‘긴급출동 SOS24’로 솔루션 프로그램이라는 새 장르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KBS가 지난 수 년간 정치적 공방에 시달리면서 새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만한 자체 동력을 잃었다는 데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 사장 연임과정에서 1년간 경영 공백을 겪으며 방송 환경 변화에 발 빠른 대응을 못했다”며 “전통적 일방향성 방송에서 양방향으로 방송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도기인 지금 KBS가 다시한번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을 하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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