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瓜田不納履

최인철 기자 <금융부>

[기자의 눈] 瓜田不納履 최인철 기자 금융감독당국과 삼성생명이 문서 파괴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사연인즉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삼성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삼성측이 e이메일 등 관련 전산 문서자료를 폐기했다는 것. 감독당국은 삼성측이 의도적으로 문건을 폐기하고 조직적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국은 이에 삼성생명에 전산담당책임자(CIO)를 해임하도록 하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검사를 방해하려고 한 게 아니라 업무를 도와주기 위해 불필요한 자료들을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별것도 아닌 내용을 감독당국이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양측의 주장을 듣노라면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삼성측의 해명을 들으면 감독당국이 과민반응한 것이며 감독당국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측이 검사를 앞두고 자료를 서둘러 파기한 것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바로잡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속담을 삼성이 간과한 것 같다. 문제는 현행 감독규정에 있다. 감독당국은 그토록 위법성이 크다면서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현행 법규가 그렇고, 특별하게 위법성을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더라도 감독법규에 허점이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미국 금융가와 기업에 대규모 회계부정의 회오리바람이 불 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뉴욕주 검찰이 부정의 단서를 e메일 등 온라인 정보교환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드러난 몸통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부정 사건이었다. 온라인시대에 기업의 e메일ㆍ블로그 등도 감독당국의 검사에 앞서 폐기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감독당국과 삼성생명의 신경전은 쉽게 해결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한국기업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많고 감독당국과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독당국은 검사 직전에 자료를 유지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강화하고 아울러 피검 회사로서는 오해 살 행동을 삼가는 공동의 노력이 한국경제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임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 입력시간 : 2005-03-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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