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올해도 경기 좋아진다는데… 깊어지는 서민 주름살

대기업 兆단위 수익 불구 中企 설 보너스 엄두못내<br>서민 지갑은 되레 얇아져


경기회복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썰렁하지만 그래도 설 명절은 즐겁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31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이 동태포·조기 등 제수용 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원자재값 급등과 고환율ㆍ저금리 정책이 서민 삶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경기도 화성의 휴대폰 부품납품 업체 A사. 이 회사는 설 명절을 코앞에 뒀지만 운영자금이 빠듯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품제작에 필수적인 원자재(광학필름) 가격이 껑충 뛰었지만 판매가격은 원청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올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나가는 돈(부품수입 비용)은 많아진 반면 들어오는 돈(매출)은 같다 보니 회사 자금사정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이 회사의 자금담당 간부는 "지난해부터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광학필름 가격도 10%가량 올랐다"며 "명절 보너스는커녕 당장 원자재를 구입할 돈을 구하기에도 바쁘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서 지난해 광공업 생산은 전년보다 16.7%나 껑충 뛰었다. 덕분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를 넘고 대기업들은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은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전체적인 생산(GDP)은 늘었지만 원유 등 국제원자재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실제 손에 잡히는 소득(GNI)이 줄었기 때문이다. 즉 거시경제를 진단할 때마다 나오는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국내총소득(GDI), 국민총소득(GNI)의 격차다. 지난해만 해도 GDP 성장률은 분기별로 최대 8%를 넘고 금융위기의 와중에 플러스 성장을 하는데도 정작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1인당 GNI는 오히려 쪼그라들다가 올 들어서야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2만달러를 넘어섰다. 이유는 교역조건이 워낙 좋지 않은 탓이다. 유가만 하더라도 지난해 6월 73달러 수준에서 연말 88달러로 올라갔다. 다른 원자재 값은 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한 단위를 팔아도 손에 넣는 돈은 적을 수밖에 없고 물량으로 이를 만회해야 한다. 신창식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국민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입이 생산에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는 소득분배 문제. GNI가 GDP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소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다고 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는 8만달러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비율은 10%가 안 된다. 지니계수는 2006년 0.306에서 2009년 0.314로 올라갔다. 지니계수는 숫자가 커질수록 소득분배가 악화한다는 의미다. 전체 소득 분포 중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배율인 소득배율 또한 이 기간 5.39에서 5.76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분배는 악화하는데 정책은 거꾸로 갔다. 위기극복을 위해 수출 대기업 위주로 가다 보니 고환율 정책을 쓰게 되고 이 과정에서 물가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간 것. 여기에 장기간 계속된 저금리 정책, 즉 인플레이션 정책 속에서 돈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국민의 실질소득은 쪼그라들었다. 결국 고성장의 과실이 서민의 삶에 제대로 흘러 들어가지 못한 것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대외변수가 기본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여기에 장기간 계속된 고환율ㆍ저금리 정책의 폐해가 복합돼 상승작용을 일으킨 탓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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