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오찬시간 줄이고…회견 늦추고…FTA 담판 '시간 싸움'

[서울 G20 정상회의] 한·미 정상 뭘 논의했나<br>양측 "기술적 합의만 남아" 靑, 쇠고기 추가양보에 쐐기<br>"北 진정성 보여야 대화 가능" 북핵문제 등 '찰떡 공조' 과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11일 정상회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의를 둘러싼 담판에 분초 다툼을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하게 전개됐다. 두 정상과 이날 정상회담을 배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참석자들 전원이 오찬시간을 30분으로 줄이고 두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시작시간이 12분 지연되는 등 시간과의 싸움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매우 짧은 오찬시간이었지만 두 정상은 미국산 쇠고기 안심스테이크와 바닷가재가 곁들여진 식사를 나눴다. ◇한미 FTA, 실무협상 쾌속진행=이날 양국 통상장관들이 자국 정상에게 전달한 한미 FTA에 대한 최종보고는 "매듭된 것은 아니지만 매듭을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날 한미 FTA가 최종타결에 이르지 못한 것과 관련,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좀 더 논의할 사항이 있어서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자는 합의가 있었다"며 "기술적인 부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는 쇠고기 등에 대한 추가 양보 가능성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어려움이 있지만 한미 양국의 동맹과 양국의 윈윈에 도움이 되도록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이에 대해 이 대통령도 좋은 성과를 내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미 FTA의 최종타결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날 회견장 분위기는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양국 통상장관이 논의했으나 세부적 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했다"면서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다만 "양국 장관이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상호수용 가능한 합의를 끌어내기로 했다"면서 "협상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양국 통상팀들이 계속 협의하게 될 것이다.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우리는 한미 FTA의 계속 추진이 필요하고 그것이 양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양국 (협상)팀이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해서 이를 타결하도록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한국 협상팀을 워싱턴에 보내 앞으로도 계속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조속한 협상타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미국의 한 기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한미 양국 간 무역과 관련, "미국 사람들 중에서 (한국에서) 부모들이 싸우다 죽기도 했는데 한국 소비자들과 재벌들이 미국과 공정한 경제환경을 만들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고압적인 질문을 던져 회견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오늘날 삼성ㆍLG 등의 전자제품은 핵심부품이 미국제이고 거기에 (미국에) 로열티를 물기 때문에 100% 한국산은 아니다"라며 "무역역조는 한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유연하게 답을 했다. ◇북핵문제 '찰떡공조' 과시=이날 한미 정상은 북핵 문제와 6자회담 재개와 관련,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한치의 양보도 없을 것임을 확고히 했다. 북핵 및 남북관계와 관련,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북한이 천안함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발전에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두 정상은 북핵 및 천안함 사태에서 한미 양국이 유지한 긴밀한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동북아 번영을 위한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만날 때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절대 끊어질 수 없는 동맹관계임을 확인한다"면서 "안보는 한국을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고 경제기적을 이루게 했다.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안보 의지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의 생각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은 한국의 우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 '북한의 선(先)변화, 후(後)지원'이라는 한미공조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북핵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그냥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똑같은 결과를 낳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가 보이면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와 했던 약속을 지키고 비핵화를 향한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만일 북한이 그런 길을 선택하면 한국과 미국ㆍ전세계가 북한에 상당한 원조를 제공해 국가를 발전시키고 장기적으로 북한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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