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실세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우리금융 인수에 정치권이 제동을 걸었다.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문제의 경우 종전에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했지만 정치권이 법을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게 만들어 애당초 인수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서도 동참하는 움직임이 보여 '강 회장의 꿈'이 실현되는 데 험로가 예상된다.
30일 금융 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조영택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 15인은 최근 금융지주회사법ㆍ산업은행법ㆍ공적자금관리특별법 등 3개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로 다른 법안이지만 이들 개정안에는 정부가 국회의 동의 없이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합병을 막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는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는 지분의 95%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조항은 현재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데 이를 법안에서 직접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정부만의 힘으로 개정할 수 있어 금융 관료를 사실상 손아귀에 쥔 강 회장이 맘만 먹으면 가능하지만 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훨씬 힘들어진다.
우리금융 인수 조건 중 지분매입 조건을 95%에서 50%로 낮춰주려는 정부의 시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금융지주사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지분의 50% 이상을 인수하도록 하고 인수 시점부터 5년 안에 95%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시행령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간 지분취득 한도를 높게 정한 것은 금융회사의 대형화에 따른 위험 전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대폭 완화하는 것은 하위법인 시행령이 상위법인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발의안에는 아예 산은지주가 다른 금융지주, 또는 은행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합병하는 경우 국회에서 사전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설사 산은지주가 95% 이상의 지분 취득 요건을 갖추거나 이를 피해 합병이라는 우회수단을 통해 우리금융을 손에 넣으려 하더라도 국회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놓자는 것이다. 조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정부가 대주주인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민영화 취지에 역행하고 거대 국책은행 탄생으로 관치금융 부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야당 의원 주도로 발의됐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주요 법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