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 초대석] 고 철 주택산업연구원장

대담=조희제 부동산부장 hjcho@sed.co.kr<br>"개발익 환수 전제 재건축 규제 풀어야"<br>최근 집값 급등은 거품…당분간 시장에 맡겨야<br>중장기적으로 강남권 대체 신도시도 개발 필요<br>검단·파주, 서울 서부지역 수요해소엔 도움될것


“공급이 절대 부족한데 주택가격의 안정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서울에서는 신규 공급이 어려운 만큼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재건축을 통한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5월 3년 임기의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 수장을 연임하게 된 고철(사진) 원장은 최근의 집값 급등을 ‘거품’으로 분석했다. 그는 “가격이 상승할 요인이 거의 없는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현재는 단기적으로 내세울 대책이 없어 시장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강남권 대체 신도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ㆍ토지 분야의 전문가에서 지금은 주산연을 이끄는 수장인 그에게 최근의 국내 주택시장 상황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뛰고 있습니다. 건설교통부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인데 집값 급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대책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요즘 강남ㆍ강북 할 것 없이 수도권까지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것은 아직도 시중에 돈이 많고 금리가 낮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최근 은평 뉴타운, 파주 신도시 등에서 고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앞으로 나올 아파트도 비싸질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매수세로 돌아서고 판교 낙첨자들도 시장에 뛰어들며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시장 요인 자체로 보면 집값이 오를 원인이 없습니다.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고 불안심리가 커진 데 따른 심리적인 요인도 큽니다. 단기적으로 이렇게 오르는 것은 정말 거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에 부동산 거품이 꺼진 것을 보면 경기나 금리가 주택가격과 반대로 가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합니다. 소비자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절대 지금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수 없습니다. -정부가 인천 검단을 신도시로 추가 지정하고 파주 신도시를 확대하면서 공급을 늘리려고 합니다. 정부의 기조가 수요억제에서 공급확대로 가는 게 아닐까요. ▦정부는 8ㆍ31 대책을 내놓을 당시 신도시로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조치도 그런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신도시 발표로 집값이 바로 잡히지는 않습니다. 공급이 바로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요. 91년 5월 1기 신도시의 시범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집값이 떨어진 것을 이미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신도시 확대는 단기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봅니다. 다만 신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파악해 앞으로 신도시를 개발하는 데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은 아쉽네요. 구체적으로 검단ㆍ파주에 공급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낮추겠다는 말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광풍이 불지 않았을 겁니다. -공급확대로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부의 신도시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또한 검단과 파주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적합한 입지라고 생각하시나요. ▦공급확대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연구원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고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정책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만 주택이 지닌 지역성을 고려할 때 검단과 파주가 수도권 주택시장의 가격 전체를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서울 서부지역의 주택수요 해소에는 크게 기여할 것이라 봅니다. -강남의 주택수요를 유인할 만한 분당급 신도시가 내년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인데 입지와 개발 가능성, 환경영향, 균형발전 등의 요인을 두루 고려할 때 어디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검토하는 단계에서 연구원장이 입지를 거론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강남의 주택수요를 분산시키려면 한강 남쪽이면서도 서울에서 광역 교통망이나 대중교통망이 잘 정비된 지역이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중 부동자금이 많아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과열된 시장을 잠재울 만한 요인들은 없을까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사례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핵 문제로 경기가 더 하강국면에 들어갔는데 주택건설 동향도 경기에 포함돼 금리를 쉽게 올리기 힘들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금리를 인상하려면 지난해에 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정부가 내놓을 단기적인 대책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시장은 더욱 왜곡될 테니까요. -시장의 열기가 언제쯤 식을 것으로 예상하시고 그에 대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이달 말부터는 집값이 내릴 것으로 봅니다. 집값이 한없이 오를 수는 없습니다. 불안심리 때문에 자꾸 매수세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데 수요가 계속 있지는 않겠죠. 그리고 더 올라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강남에 20년 된 40평 아파트가 평당 5,000만원을 간다고 하는데 땅값으로 치면 8,000만원이 되는 셈이죠. 말이 안됩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일들이 발생하는데 모두 불안심리라고 하셨습니다. 국민들의 불안함을 잠재울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부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쉽게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을 겁니다.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면 재건축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해 집값이 뛰고, 규제를 늘린다고 하면 공급이 줄 것으로 보고 오르는 형국입니다. 한 마디로 진퇴양난이죠. 정부가 나선다고 집값을 단기에 잡을 수 없으니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결국 이렇게 보면 부동산 자체가 완전 아노미 상황인데 대안이 도대체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강남 근처에 신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당분간 안정이 되고 2~3년 이후 공급이 이뤄지는 시점에 다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사이에 재건축을 좀 완화하고 강남 수요를 흡수하면 자연스레 잡힐 겁니다. 가격 동향을 보며 재건축을 추가로 완화하고 뉴타운도 공급이 되면 안정 기조로 흘러가겠죠. 이런 것들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로드맵을 짜서 시장에 공급이 늘어난다는 시그널을 계속 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 정부가 강남에 대한 집중적인 규제책을 내놓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강남 규제라는 것은 한 마디로 재건축 금지인데 이제는 실거래가로 세금을 내니까 별 의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강남3구에 대부분의 규제가 몰려 있는데 이미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환수조치가 마련된 만큼 장기적으로 풀어줄 것은 풀어줘야 합니다. 지금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아닙니다.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의 규제를 완화해도 사람들이 사질 않으니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도 비어 있는 곳이 많은 것을 보면 절대량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아파트에 대한 수요, 특히 강남의 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주택은 부족하니 이를 해소해줘야 합니다. -정부는 당초 올 연말부터는 8ㆍ31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 시장의 분위기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올 연말과 내년 이후 집값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8ㆍ31 대책은 주택거래의 투명성 제고, 보유과세의 강화 등이므로 주택가격 안정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습니다. 세금 중과만으로는 집값 안정이 힘들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에 원인이 됩니다. 내년에는 대선이 있어 정책 기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서울ㆍ수도권의 집값 상승이 우려됩니다. -지난 3일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관계장관 회의를 열었습니다. 논의된 내용들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택지공급 가격의 인하를 통해 분양주택의 공급가격을 낮추겠다는 의지는 좋습니다. 특히 신도시는 정부와 지자체가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용적률 상향도 토지이용의 효율을 고려할 때 바람직합니다. 대출규제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는 문제점이 있어 신중을 기했으면 합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이미 실패로 판명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하십니까. 참여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이며 차기 정부의 부동산 관련 과제는 무엇입니까.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목표가 현재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한 공급확대 정책이 후속되고 대책의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다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이 시점에서 성패 여부를 논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어떤 대책이 현 시점에서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다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력 ▦49년 전남 담양 ▦76년 연세대 토목공학과 ▦83년 미 텍사스주립대 도시ㆍ지역계획학 ▦88~89년 대통령 경제비서설 주택건설기획단 ▦95~97년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실장 ▦99~2001년 대한주택공사 사외이사 ▦2002~2003년 국토연구원 토지ㆍ주택연구실장 ▦2003~현재 주택산업연구원장 주택산업硏이 하는일
청약제도 개편안 보완 연내 보고서 제출계획 주택경기 전망·분석도
주택산업연구원은 현재 건설교통부의 의뢰를 밭아 '주택청약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편안의 골자는 현행 동일 순위 내 추첨방식을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가구주 연령,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4개 가점 항목을 토대로 13~35의 가중치를 둬 주택 당첨기회를 차등화하는 것이다. 지난 7월 말 이에 따른 개편방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열었으며 지금은 실제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고 있는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 중이다. 공청회 당시 부양가족과 무주택기간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핵가족의 도시근로자, 신혼부부, 이혼가정, 30대 중산층, 저가 소형주택 보유자 등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중점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주산연은 연말까지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건교부는 이를 바탕으로 세부 검토를 거쳐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바뀌는 청약제도는 오는 2008년 공공택지 내 25.7평 이하 분양주택에 우선 적용되며 2010년부터는 가점 항목에 가구소득, 부동산 자산 등이 추가돼 민간 주택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연구원은 분기별ㆍ반기별ㆍ연도별 주택시장의 경기를 전망한 보고서도 내놓고 있다. 9월 내놓은 자료에서 연구원은 신규 분양시장의 가격상승과 전세시장 동요, 매매가 바닥론 등에 따라 매매수요가 증가해 주택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상승범위에 대한 예측은 실패했으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원은 현재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자료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주산연은 국내 최초의 민간 주택연구기관으로 94년 건설교통부의 인가를 받아 한국주택협회ㆍ대한주택건설협회ㆍ대한주택보증이 공동으로 출연해 95년 4월1일 문을 열었다. 심각한 노사갈등으로 인해 2002년 3월 말부터 2003년 5월1일까지 15개월간 사실상의 직장폐쇄 상태에 있기도 했으나 고철 원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새 출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몸집을 불려 현재는 정책연구위원 6명, 금융ㆍ경영연구위원 6명 등 총 17명이 주택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산연은 주택문제의 해결과 주택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며 나아가 21세기 새로운 주거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캐나다의 주택금융공사(CMHC), 영국 버밍엄대학의 도시 및 지역개발연구소(CURS) 등 세계 유수의 주택 관련 기관들과 연구협력 협정을 체결해 공동연구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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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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