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동양증권 대표의 부적절한 처신

정진석 동양증권 대표가 아직도 동양사태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 대표는 지난 13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날 동양증권 이사회는 정 대표의 사의표명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모였다. 이사회가 끝나기 전부터 동양증권 내 서열 2위인 서명석 동양증권 부사장이 차기 대표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서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출한다는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정 대표가 사의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27일인 임시주총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다음달 27일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지 못하는, 아니 물러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동양증권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많다. 그중 가장 신빙성 있는 주장은 동양증권 임원의 임기가 대부분 12월 말인데 정 대표가 나가기 전에 자신의 측근을 남겨두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가 대표직에서는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화됐지만 등기임원에서는 물러난다고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함께 동양증권에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동양증권의 한 지점장은 "최근 정 대표가 지점을 방문해 자신은 직원들에게 동양그룹 기업어음(CP)와 회사채를 팔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영업직원들의 원성을 샀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양증권의 지점장ㆍ노동조합ㆍ태스크포스(TF)팀 등이 모인 직원협의회도 정 대표의 이 같은 번복과 발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양증권 내부에서는 이번 동양사태를 책임질 임직원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제의 핵심인 정 대표가 물러나지도 않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동양증권의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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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동양증권도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다 보면 조직 자체가 무질서해질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동양증권의 정상화를 위해 유리창을 새로 갈든지 아니면 최소한 깨진 유리라도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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