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Book In Depth] "사이버 망명·탈출이 능사 아니다" 적극적 행동으로 민주주의 지켜야

디지털에 길들어진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을까

■ 디지털 디스커넥트 (로버트 맥체니스 지음, 삼천리 펴냄)

인터넷, 감시통제 채널 변질 불구

디지털 단절 등 냉소주의 벗어나 사회통제 맞서는 행동 필요 지적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이 의지의 표시로 휴대폰의 플래시를 비추면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는 사회적 검열에 맞설 수 있는 민주주의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홍콩=연합뉴스


인터넷과 디지털미디어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다. 스마트폰 없는 현대 세상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점차 그 해로움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진다. 이번에 함께 출판된 2권의 책 '디지털 디스커넥트(디지털 단절)'과 '생각이 사라지는 사회'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들 책은 디지털이 자본주의 체제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와 디지털 기술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는 체제와 사람들에게 있다. 보다 좋은 활용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선택인 셈이다. 이 책들이 우리에게 보다 민감하게 느껴지는 것은 특수한 사정 때문이다. 인터넷 접속가구 비율과 스마트폰 보유율 모두 세계 1위를 자랑할 정도로 우리사회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이다. 이들 책이 이런 논의를 심화시킬 계기가 될 듯하다.

인터넷이라는 경이적인 발명은 지난 20년 동안 세계의 모습의 크게 바꿨다. 인터넷의 형태는 유즈넷 시대부터 월드와이드웹과 AOL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브로드밴드와 그 후 구글이나 와이파이, 아이패드, 스마트폰, 소셜미디어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디스커넥트'의 저자인 로버트 맥체스니는 현재 인터넷이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한다. 그가 보는 미국상황은 이렇다. 더이상 인터넷이 민주적이고 자율적이며 사회적인 대중 소통의 공간으로 되지 않는다. 국가 권력 또한 이 공간을 상대로 강력한 통제의 활동을 조직적이고 일상적으로 펼친다. 대중들의 의사와 표현을 검열하고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궁극적으로 민주적인 여론과 진보적인 정치의 가능성을 폐쇄하려는 조치들이다.

더 중요하게는 이러한 국가권력의 의지와 자본의 욕망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장'에서 기업은 개인 정보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이윤 축적을 위해 무단으로 유통시킨다. 대중들의 중요한 사생활이 이른바 '빅 데이터'라는 이름의 이윤추구의 도구로서 거래되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권력은? 국가권력조차 사회적 통제와 정치적 검열을 위해 이런 데이터에 대한 은밀한 접속과 비밀스러운 독해, 위험한 활용의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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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은 상품경제에 더욱 깊숙이 포섭되고 있는 중이고 더 나아가 국가의 감시 통제, 전체주의적 정보 집적의 채널로 변질되고 있다.

이것은 아이러니다. 구글 검색과 위키피디아,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같은 새로운 매체는 전세계를 들뜨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10여년 동안 여러 학자들이나 언론인, 평론가들은 너도나도 인터넷 매체과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세계를 한단계 진보시킬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지 않았던가.

좌파 성향 지식인인 저자가 보는 미래는 비관적이지는 않다. 우리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따라 자본주의 자체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 공공성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이버 망명이나 탈출, 시스템으로부터의 단절 또는 체제와의 절연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적 냉소주의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제국 바깥에 머무는 일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이듯이 자유로운 디지털 세계가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영역 바깥에 있을 거라는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책임있는 행동을 제안한다. 인터넷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정치적인 개입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온갖 사회의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게 하며 민주주의를 다시 복원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경제로 바꾸자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포스트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저자가 그리고 있는 미래 사회다. 2만8,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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