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돈줄을 쥐락펴락하는 미국내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지나친 업무부담 등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요즘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002년 사베인즈-옥슬리법이 발효되면서 회계관련 책임 및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업무량과 책임한계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자 헤드헌팅업체인 스펜서 스튜어트의 피터 맥리언 부사장은 “올들어 11월 중순까지 경제잡지인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 62명의 CFO가 회사를 떠났다”면서 “올해말이면 이는 7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해에도 이와 비슷한 CFO가 직장을 떠났는데, 해마다 미국 유수기업의 CFO중 12%가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짐을 싸고 있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 포천 500대기업에서 CFO가 바뀐 업체는 모두 225개사로 거의 절반 가량이 자리를 떴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다른 회사의 CFO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경영자를 대상으로 헤드헌팅사업을 하는 러셀 레이놀즈의 고든 그랜드 이사는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고, 사베인즈-옥슬리법으로 CFO의 책임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선뜻 CFO를 맡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년동안 6개업체에서 CFO로 일하다 2002년 투자은행가로 변신한 케네스 골드만은 “최고경영자(CEO)가 주주관련소송의 대상으로 떠오르면 가장 먼저 방패로 내세우는 게 CFO”라며 “CFO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드라이 클리닝 체인업체인 ‘주츠’의 CFO를 그만둔 후 작은 스포츠용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토마스 세이저씨도 “내 스스로 결함 투성이라고 인정하는 전략을 옹호하는데 신물이 났다”고 이직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