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MB "대-중기 강제적 동반성장 바람직 안해"… '자율 상생' 주문

[MB-대기업총수 간담회]<br>MB, 위기 극복 과정서 대기업 역할 높이 평가<br>"계열사라 생각하고 관리" 총수들도 적극 화답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 초청 조찬간담회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박용현(왼쪽부터) 두산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왕태석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은 13일 8개월 만에 청와대에 마주앉아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여러분께 부탁의 말이 있다. 경제회복이 되면서 지금 정부가 가장 고충을 느끼는 것은 서민들의 일자리 창출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함으로써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은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실천을 1차 협력업체를 넘어 2차, 3차 협력업체로 확대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MB, 자율적 상생 주문=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의 초점은 '동반성장'에 모아졌다.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의존한 중소기업의 성장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성장하는 데 강제 규정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기업의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의욕을 낮출 수 있다"면서 대기업의 자발성을 강조했다. 이는 대기업 총수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따라 자율적으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모색해야만 부작용을 줄이면서 대기업ㆍ중소기업의 상생관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기업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발전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기업 총수는 대부분 그런 생각을 안 할 것 같은데 밑에 가면 실적을 올려야 하니까 그렇게 한다더라"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관행에 대해 총수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세계 어느 나라 정부가 친기업적이 아닌 곳이 있느냐"며 '공정한 사회'가 대기업에 불이익이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근 대기업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와 '친서민 중도실용' 국정기조가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의 국정운용기조가 사정(司正)과는 관계가 없음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공정사회가 사정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공정사회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대기업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잘해줬다"고 말했다. 또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어려운 가운데 (기업은) 세계 방방곡곡에 나가서 했고 나 자신도 해외 가는 곳마다 아주 흐뭇했다"면서 "대기업 총수들께서 정말 애를 많이 썼다"고 거듭 치하했다. ◇총수들 "상생노력" 다짐=이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은 이 대통령의 '동반성장 노력' 주문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회장은 "9월 말 삼성 사장과 1ㆍ2ㆍ3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다 같이 모여 워크숍을 갖기로 했는데 좋은 협력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원자재 공동구매를 하면 싸게 공급할 수 있는데 관세 문제가 걸려 있다"고 예를 든 뒤 "2ㆍ3차 협력업체를 혹시 잘못 지도하면 노동법이나 공정거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잘 챙겨봐달라"고 요청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협력업체를 그룹 계열사라 생각하고 관리하겠다"며 강력한 동반성장 노력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최근 처음으로 납품업체를 돌아봤는데 서류나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서 "기계나 설비 등에서 자금압박이 있었고 은행에서 신용 안 준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 신용으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빨리 가려면 혼자 가면 되지만 멀리 가려면 우리가 협력업체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전문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이런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장단 인사고과에 협력업체를 돕는 실적을 보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교육기회 제공과 공동 기술개발에 더 주력하겠다"면서 "기존에 했던 상생인턴십제도가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를 보완해 계속 중소기업의 HR제도 등을 좀더 효과적으로 될 수 있도록 고민해서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미래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주된 이유는 향후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데 있다"며 "따라서 LG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 파트너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협력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과학 증진, 경쟁력 강화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우수 업체들에 대해 해외 파트너 물색과 해외기술 연수를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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