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자홍 동양시스템즈 사장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습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구자홍(54) 동양시스템즈 사장은 경기 침체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견업체의 선택은 자신있는 분야를 특화시키는 길뿐이라고 강조했다. 동양시스템즈의 강점인 `금융`부문에 힘을 좀 더 싣겠다는 전략이다. 동양시스템즈는 자본금 136억원에 지난해 매출 1,233억원, 순이익 31억원을 올린 중견 시스템통합(SI)업체다. 계열 금융사들을 발판으로 삼아 금융SI 부문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그룹 의존도는 40%정도. 그는 “동양시스템즈가 중견업체이기 때문에 위기를 더 잘 돌파해 나갈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항공모함은 한 번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지만 작은 배는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여유가 많아 오히려 풍부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사장에겐 늘상 `부실기업을 살리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고 있다. 경제기획원에서 15년 동안 나라 살림을 꾸려오다 지난 87년 동부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수많은 기업을 회생의 길로 반전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보험(현재 동부화재), 동부화학, 동양카드, 동양생명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특히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아멕스카드를 인수해 첫해부터 흑자로 돌려놓았던 일은 지금도 업계에선 전설적인 얘기로 오르내리고 있다. 동양카드 CEO시절 국내 최초로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다. 동양생명의 사령탑으로 있을 때 `수호천사`라는 히트브랜드를 발굴하는가 하면 외국사들이 펼쳐왔던 재무컨설턴트(FC) 제도 역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구 사장은 “이 같은 과감한 경영정책은 바로 중견업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동양시스템도 중견 기업이란 점에서 비슷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IT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끝을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고객사들은 잇따라 발주를 축소ㆍ연기하고 있으며 동양시스템즈 역시 이 같은 찬바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구 사장은 이 같은 난관을 금융부문 집중을 통해 이겨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에 집중하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면서 “이 중 금융부문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 금융권 중에서도 은행권 공략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많이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보험, 증권 부문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금융 SI전문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이를 위해 동양시스템즈는 지난 9월 세계적인 금융IT(정보기술) 솔루션업체인 마이시스와 금융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온힘을 쏟고있다. 구 사장은“SI사업 역시 수주산업으로 매출을 불리면서 이익을 확보하는 사업이라 모든 분야에 발을 들여 놓으면 죽도 밥도 안됩니다. 경쟁력 있는 부분에 집중 투자하는 길만이 생존하는 길입니다”라고 밝혔다. 동양시스템즈는 올해 초부터 금융부문에 주력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게 구 사장의 전망이다.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생명 신정보시스템 및 POS 시스템, 대한투자신탁증권 및 대우증권 방카슈랑스 시스템 구축 사례를 앞세워 증권 및 보험 분야 신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수출입은행의 차세대 정보시스템과 한미은행의 닷넷(.Net)기반 유가증권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던 경험을 살려 은행권 기존 시스템의 고도화 사업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구사장은 “아웃소싱 부문은 노사관계의 유연성이 좀 더 확보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CEO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며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 누구든 원하지만 노조가 반대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금융권 중 전산 부문을 아웃소싱 하고 있는 곳은 산업은행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는 또 “대형SI 업체들이 더 이상 덤핑행위에 급급하기 보다 제값 받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줄 것”을 당부했다. 모두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가격 경쟁에만 빠져든다면 결국 공멸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SI는 인건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이어진다면 업계 전체의 미래를 찾아보기 힘들 수 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구사장은 행시 13회 출신으로 김진표 부총리와 동기다. 가끔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전직과 관련된 상담요청을 받기도 한다는 구사장은 “민간 기업은 무엇보다 생동감이 넘치고 현실감을 키울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구자홍 사장의 경영철학은 ▲흑자 경영 ▲기본 충실 ▲주파수 경영론 등 3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구 사장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경영자는 적자를 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적자를 내면 죄를 짓는다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인 기업이 이익을 올리지 못한다면 주주에게 죄를 짓는 것이고 감원ㆍ감봉마저 불가피해져 결국 종업원들에게도 죄를 짓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첫째 목표는 이익을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도 늘상 강조하는 대목이다. SI업체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부문에 사업역량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돈을 번다고 이것 저것 다 챙기려 들지 말고 자신 있는 것에 힘을 기울이는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파수 경영론도 구사장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이다. 라디오를 들을 때 주파수를 잘 맞추지 못하면 잡음이 많아 안 들린다는 점에 착안해 일단 회사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줄 것을 촉구한다. 직원들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된 정책을 따르는 대신 이에 따른 책임은 CEO가 진다는 것이다. 시간이나 인력 등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결정된 후에도 매진하지 않을 경우 낙오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이를 위해 늘상`단순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무엇이든 완전하게 파악한 사람은 이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지만 제대로 모르면 이것저것 늘어놓아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경영자 역시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분명하고 뚜렷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3대 경영철학은 구 사장이 위기속에 휩싸여 있는 회사를 일으켜 세울 때마다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약력 ▲67년 전주고등학교 졸업 ▲72년 서울대 상학과 졸업 ▲8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대학원 교통경제 석사 ▲73년 행정고등고시 합격(13회), 경제과학심의회의 사무관 ▲77~84년 경제기획원 기획국, 예산실 사무관 ▲85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산업3과장 ▲87년 동부그룹 종합조정실 이사 ▲95년 동양카드 대표이사 ▲97년 동부할부금융 대표이사 겸직 ▲98년 동양생명보험 대표이사 ▲2003년 동양시스템즈 대표이사 <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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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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