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9월 6일. 서대문 서울적십자병원 311호실에서 마흔을 갓 넘긴 '무연고자' 한 명이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천재화가, 식민지 백성, 피란민,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외로운 사내, 캔버스 살 돈이 없어 담배를 쌌던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야 했던 비운의 화가 이중섭(1916~1956)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적, 감상적 이중섭이 '진짜 이중섭'일까? 미술사학자 최열이 '이중섭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표방하며 '이중섭 평전'을 내놓았다. 퍼즐처럼 어지러운 이중섭에 대한 기록과 기억을 500여 종의 문헌을 꼼꼼하게 찾아 다시 맞췄다. 저자는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다음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 만들어낸 이중섭 신화는 이중섭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실체는 사라지고 환상만 남아 "천 개의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 이중섭의 생애를 추적하고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다.
이를테면 일본 유학 시절 도쿄미술학교가 아닌 제국미술학교로 옮긴 까닭이 투철한 민족정신으로 관학파를 거부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까다로운 입학규정 때문이었다. 자신의 작품이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대수롭지 않은 척 반응했다는 것의 진실도 저자가 밝혀냈다. 이중섭은 살아 생전 자신의 작품이 MoMA에 소장된 사실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
복원된 이중섭의 삶에서 분명한 것은 생애를 통틀어 온전히 그림 하나만 붙들고 살았다는 것. 350여 점의 생애별 작품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 4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