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7년만의 만남, 격랑의 한반도] <하> 정상회담, 최소한의 주고받기 돼야

핵폐기 구체 시한 끌어내야<br>형식보다 내용 중요…추상적 선언 그쳐선 안돼<br>경협도 이산가족 문제등과 패키지 딜로 다뤄야

[7년만의 만남, 격랑의 한반도] 정상회담, 최소한의 주고받기 돼야 핵폐기 구체 시한 끌어내야형식보다 내용 중요…추상적 선언 그쳐선 안돼경협도 이산가족 문제등과 패키지 딜로 다뤄야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관련기사 • "남북 군사적 신뢰 主의제" • 경협 '큰 그림' 쏟아내고 보자? • DJ "정상회담 맥이어간 게 중요" • [사설] 정략에 치우친 남북정상회담 논란 • '뜨거운 감자' 부상 NLL 협상전망 • 北 준비접촉 연기… 南 애태우기? • 회담 주역 대폭 '물갈이' • 두차례 무력충돌 '한반도의 화약고' • 북한, 준비접촉 왜 즉각 수용않나 • 황북 집중호우… 육로 방북 가능할까 • '김정일 이니셔티브' 시도 • 준비접촉장소 유력한 자남산여관 • 노대통령 8.15 경축사 정상회담 각오 담을 듯 • 남북, 정상회담 협의 시작부터 삐걱 • 평화체제 첫걸음 떼나 • 분수령 맞는 남북경협 • 정상회담, 최소한의 주고받기 돼야 지난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회담 장소에서는 한때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회담 도중 4~5차례 절망적인 상황도 있었다”며 어려웠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수개월의 사전 조율에도 남북간의 오랜 간극을 넘기는 힘들었던 것이다. 어렵사리 만들어낸 ‘6ㆍ15 공동성명’이라는 화려한 포장도 끝내는 5억달러 불법 송금과 핵 개발 등으로 초라하게 빛이 바랬다. 하지만 ‘만남’ 자체의 상징성은 이 모든 것을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은 다르다. 국민들은 만남이라는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고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는 일방적 시혜에 대해서는 강하게 거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이런 국민적 합의의 목소리에도 2차 정상회담의 출발은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한 채 시작된 감이 없지 않다.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기는 북한의 의지에 따라 좌우됐고 의제 설정 작업도 정상회담 발표 직후에야 진행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보다 추상적인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고조되고 있다. 비핵화 문제 등 핵심 의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확약을 받아낼 치밀한 사전적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남북 문제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은 철저하게 ‘금전적 보상’과 시혜를 기대한다”며 “이번 회담에서는 최소한의 ‘주고받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회담의 관건인 비핵화 문제 및 평화 체제와 관련, 이번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 포기에 대한 추상적인 의지 표명에 그칠 공산이 크다.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한반도 평화 선언’이나 ‘통일 헌장’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자칫 구체적인 이행이 담보되지 않는 장밋빛 구호에 머물 수 있다. 북핵 문제를 남북 정상간의 조율만으로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고 북한은 핵을 지렛대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등 서방 세계의 지원을 끌어내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최근 “정상 회담의 의제는 북핵 폐기를 위한 6자 회담에 맞춰져야 하고 6자 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우리로서는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폐기의 구체적인 시한을 최대한 구체화해야 하는 명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핵심 의제인 평화체제 전환도 비핵화라는 사전적 전제가 담보됐을 때 가능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상회담이 실현 가능성보다 정치적 상징성에 치중해 섣부르게 평화선언이나 통일헌장 등을 채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차기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도 “섣불리 통일 관련 논의를 결론지으려 했다가는 남남 갈등이나 주변국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줄기에서 남북 경협 문제도 철저하게 ‘주고받기식 딜’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 과정에서 이른바 ‘북방 경제, 북한 특수’라는 명분 아래 광범위한 대북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비핵화는 물론 군비 통제나 남북간 연락 대표부 설치, 이산가족 및 납북자 문제 등과 결부시켜 패키지 딜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8/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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