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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은 떨어지고 겉멋만 잔뜩 들어간 자동차'
쿠페 차량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오랜 편견이다. 2-도어에 2인승을 기본으로 하는 쿠페의 특성상 실용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디젤차가 시끄럽고 진동이 심하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것처럼, 쿠페 역시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날렵한 주행성능을 바탕으로 점차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쿠페 시장의 확대는 수입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우선 폭스바겐 코리아의 경우 최근 3년 간 전체 모델 판매량 대비 쿠페 비중이 꾸준히 16~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11월 판매량 역시 지난 2010년에는 1,753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829대로 2.2배 가량 급증했다. 이 같은 쿠페 모델의 판매 상승폭은 같은 기간 폭스바겐 코리아의 전체 판매량 증가세(2.5배)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쿠페 모델 수도 지난 2008년에는 2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개까지 늘어났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역시 수입차를 중심으로 한 쿠페 시장 개척의 선봉에 서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올해 1~11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C클래스 모델을 총 3,724대 팔았다. 이 가운데 쿠페 비중은 11.2%에 달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현재 8종의 쿠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절반인 4개 차종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 사이에 출시된 모델일 정도로 쿠페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아우디 코리아의 5-도어 쿠페 'A7'의 고성능 모델인 'S7'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총 135대가 팔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우디 코리아 관계자는 "동일한 성능의 세단형 고성능 모델인 'S6'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인기를 누린 것은 고성능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인기를 끈 결과이다"고 설명했다.
올해 두 종의 쿠페 모델 신차를 출시해 7종의 라인업을 확보한 BMW 코리아는 내년에도 2시리즈 쿠페를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쿠페 시장이 수입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대 기미를 보이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쿠페에 대한 젊은 마니아층의 관심이 판매량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시된 'K3 쿱'의 경우 판매량의 15%가 수동변속기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 자체를 즐김과 동시에 멋없고 투박하게 각이 진 디자인보다 날렵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이 쿠페 시장의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다 중요한 요인으로는 다양한 형태로의 변용을 통한 실용성 확보가 꼽힌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래 쿠페는 세단에서 변형된 모델이 아닌 독립적인 세그먼트로 봐야 되는데 한국에서는 세단이 먼저 나오면 쿠페 형식으로 변용해서 출시하는 시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단의 실용성을 상당 부분 가져오면서도 쿠페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재빠른 주행 성능을 놓치지 않는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유명 수입차 브랜드는 2-도어 형태의 전통적인 쿠페는 물론 기능적인 측면을 살린 4-도어와 5-도어 쿠페 모델 출시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갈수록 가구원 수가 단출해지는 사회문화적 현상도 쿠페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어린 자녀 한 명을 포함한 3인 가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 경우 자동차의 디자인과 멋을 중시하는 고객이라면 2-도어 쿠페가 실용성 면에서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