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원안 10일내 확정회사채금리 6%대로 인하등 다각대책 강구
하이닉스반도체의 생사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이닉스 금융지원 문제는 신규지원과 금리할인 등 두가지가 핵심이다. 특히 신규지원에 소극적인 주택은행 등의 여신 처리가 관심사다.
외환은행 등이 이들 은행의 여신을 인수하는 '바이아웃(Buyout)' 형식이 동원될 것인지, 이 경우 다른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과제다.
◆ 운명 결정 멀지 않았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28일 "멀지 않았다. 지켜보라"고 말했다. 통상문제로 무턱대고 나설 수는 없지만 지원안을 놓고 아귀다툼만 거듭하는 모습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르면 이번주 중 전체 채권단회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하이닉스의 처리방향 결정 시한이 오는 11월8일로 예정된 하이닉스 미국 현지법인의 해외 채권단회의에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바뀌는 지원방안
지난 9월 초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대출금 중 3조원을 출자전환하고 회사채를 3년간 만기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이 폭락을 지속하면서 현금고갈(Cash Burning) 현상이 일어나고 1조원 이상의 신규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개진됐다.
외환은행은 1차적으로 하이닉스의 금융비용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데 목표를 두고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9월 초 수립했던 지원방안도 수정되고 있다.
우선 출자전환 규모가 확대된다. 채권단은 당초 3조원의 출자전환을 검토했으나 현금고갈이 계속되면서 최근 비공식 회의를 통해 3조8,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외환은행은 여기에 하이닉스의 미지급 이자분(1,000억~1,500억원)까지 포함, 4조원 수준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잔존 여신의 이자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우선 대상은 2조5,0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다.
채권단은 12~13% 수준인 금리를 절반 수준인 6%선으로 낮추되 일부는 5%선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나머지 은행 여신과 2금융권 여신도 금리를 추가로 낮춰줄 방침이다. 이 경우 하이닉스는 4,0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을 덜 수 있게 된다.
◆ ' 빅3' 총대 메나
신규지원 추진규모는 1조원. 주택은행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ㆍ신한은행도 소극적이다. 이들이 가진 여신은 총 9,533억원으로 전체의 15%다.
구조조정촉진법상 신규여신을 결정하려면 7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3개 은행의 동의는 필요조건이다.
이에 따라 나오고 있는 방안이 3개 은행의 여신에 대해 대우 처리 당시 해외 채권단에 적용했던 '바이아웃' 형태를 원용하는 것.
즉 3개 은행 여신을 외환ㆍ한빛ㆍ조흥은행 등이 직접 또는 하이닉스를 통해 현재가치로 할인해 인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제일ㆍ서울ㆍ하나ㆍ한미은행은 물론 2금융권까지 덩달아 채권을 포기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외환 등 '빅3' 은행이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 하이닉스 입장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신규지원 확대와 금융비용 축소가 회생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돼왔던 지원안이 더 확대될 경우 가장 큰 부담이었던 금융비용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며 "채권단이 하루빨리 지원에 나서주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영업부문에서 적자를 내고 있지만 경쟁사인 마이크론ㆍ인피니온에 비해 오히려 그 규모가 작아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반도체 생존게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해 말을 기점으로 원가를 30% 이상 줄이는 블루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원가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3ㆍ4분기 영업손실이 5,310억원이었으나 순손실이 1조6,200억원에 달한 것은 금융비용 때문"이라며 "신속한 채권단의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일부 라인 매각과 현대오토넷ㆍ현대큐리텔 등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11월부터 순환 무급유직제를 실시, 인건비를 30% 이상 절감하고 281개 팀을 35%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김영기기자
조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