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곳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누구에게 열 것인가?" 정부가 담뱃세를 100%이상(국세인 개별소비세 신설포함) 인상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주민세 인상, 카지노 레저세 신설 등 지방세 증세에 나섰다. 해마다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립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곳간 채우기에 나선 것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년 지출예산안을 올해보다 5.7% 증가(20조원가량)시키기로 하면서 쓸 곳은 많은 데 나올 곳은 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증세 이전 지하자금 양성화와 지출 효율화만으로는 더 이상 나라 살림살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물론 정부의 예산이나 세수 증대방안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국회를 거쳐 여야정간에 심의를 거쳐 합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과 공정성,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적 순위에 따라 결정되지만 실제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여야정간에 주고받기 식으로 타협하는 경우도 많다.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예산과 세금의 정책 결정과정에 국민들이 관심을 두고 감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예산을 다루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예산 전문가인 김춘순씨가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담아 펴낸 역작이다. 재정제도와 권한, 예산 수립과 심의 등에 관해 법과 제도, 자신의 노하우를 총망라했다. 구체적 사례와 최신 통계를 곁들여 이해하기 쉽게 한 점도 특징이다. 그는 지난 6월에는 우리나라 등 60개국 의회의 예산심의제도를 비교한 '비교예산제도론'을 펴내기도 했다.
그의 책을 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고, 국회에서 확정한 예산을 정부가 임의로 불용하거나 전용할 수 있는 권한이 커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침해받고 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올해부터 예산·세법안이 여야간에 11월까지 심의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하기로 한 것과 관련, "예결위가 상임위가 안돼 아쉽지만 상반기부터 예결위를 가동하는 등 예산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해 여야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8월부터 한시적으로 가동되는 예결위를 상반기부터 운용할 경우 정부 예산편성 단계에서 정부와 국회가 정보를 공유해 내실있는 심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