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분노의 주먹` 등에서 뉴욕 하층민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마틴 스코시즈는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York)`을 통해 뉴욕 근대의 창세기를 다루고 있다.
1860년대 뉴욕 슬럼가 파이브 포인츠 거리를 시초부터 현재까지 꿰뚫고 있는 듯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독은 이민자와 거주자의 대립, 정치세력의 갈등, 상류층과 빈민층의 괴리 등 격동기의 역사를 `한 청년의 복수와 사랑`이라는 드라마를 넣어 풀어나간다.
1846년 뉴욕의 슬럼가 파이브 포인츠. 감자 기근에 시달리던 아일랜드인이 대서양을 건너 이곳으로 몰려들자 토박이들의 텃세가 기승을 부린다. 이주민을 대표하는데드 래빗파의 보스인 프리스트 발론(리암 니슨)은 원주민파의 우두머리 빌 더 부처(대니얼 데이 루이스) 일당과 대결을 벌였다가 숨지고 만다.
아버지의 무참한 죽음을 지켜본 아들 암스테르담 발론(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16년간 복수의 칼을 갈아오다가 부처의 조직에 들어간다. 마침내 부처의 신임을 얻어 원한을 씻을 순간이 다가오는데 그의 앞에 매력적인 소매치기 제니 에버딘(캐머런 디아즈)이 나타난다. 암스테르담은 복수와 사랑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다가 잔혹한 운명에 내던져진다.
마틴 스코시즈가 미술감독 단테 페라티와 함께 시간을 되돌려놓은 140년 전 뉴욕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파이브 포인츠 거리의 파라다이스 광장, 올드 브루어리 양조장, 사탄의 서커스장 등은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무대에서 마틴 스코시즈와 촬영감독 마이클 밸하우스는 컴퓨터 그래픽을 하나도 쓰지 않은 채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화면에 담아냈다. 도끼와 칼이 맞부딪쳐내는 불꽃과 함께 피와 살점들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듯하다.
`핸섬 보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맨틱 코미디의 울타리에 갇혀 있던 캐머런 디아즈의 연기 변신도 볼 만하다. 가장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개성파 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카리스마. 도살광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러나 단선적인 드라마 얼개와 복수극이란 도식적 설정은 164분의 러닝타임을 다소 지루하게 만든다. `유전면제 무전징병`에 반발하는 민중의 폭동을 군대가 진압하면서 암스테르담과 부처의 마지막 대결을 훼방놓는 것도 감동의 여운을 끊어놓는다. 2003년 골든글로브 감독상 수상에 이어 3월24일 있을 오스카상 작품상등 10대 부문 후보에 올라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18세이상 관람가. 28일 개봉.
<송영규기자 skong@s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