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지도자의 경제비전]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반기업적 정책 과감히 정비"임오년 국민들의 최대 화두는 경제 재도약이다. 연초부터 국내.외 경제가 조기회복 국면을 보이면서 여야간의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적 에너지를 경제회생에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있다. 특히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대통령을 뽑자"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이같은 국민적 염원을 감안, 여야 3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치'를 목표로 이들의 경제식견과 경제정책 비전을 집중적으로 들어본다./편집자주 -올해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시고 경제회복을 위한 가장 우선적인 해결과제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확실합니다. 수출과 투자가 되살아나야 하는데 아직은 호전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미국 등 세계경제의 불황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외부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체력, 즉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고통스럽더라도 부실기업과 부실은행의 구조조정은 계속되어야 하고, 정부는 자신의 위기관리능력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 봐야 합니다. -대학졸업자 등 청년실업에 대한 진단과 정책적인 복안은. ▲졸업시즌을 앞두고 취업재수생을 포함해서 일자리를 찾는 졸업생은 43만명이나 되는데 일자리 수는 6만개밖에 안될 정도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물론 경제가 좋아져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실업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를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등 경제활성화에 국력을 결집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가 걸린 청년실업 문제를 경기 회복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나서서 청년들을 위한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우선 정부, 공기업, 정부산하단체, 국ㆍ공립교육기관 등의 고용조정을 자제하고 정부예산의 뒷받침아래 일자리를 늘려줘야 합니다. 의료, 교육, 경찰, 소방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고 인력이 부족한 분야의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인턴제를 확대하고 IT분야와 같이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일자리를 확대하고 직업훈련도 강화해야 합니다.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재벌정책의 추진방향을 밝혀주십시오. ▲현 정부의 재벌정책 중에서 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계열사간 채무보증의 해소 노력 등은 높게 평가하고 우리 당도 이런 정책은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부실재벌의 퇴출 지연, 부실경영에 대한 법집행 미흡, 빅딜 등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만 남긴 정책들은 모두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 당은 부실기업 퇴출과 부실경영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재벌의 금융지배 방지, 투명성 제고와 개지배구조 개선, 상속세와 증여세의 엄정한 집행 등 재벌의 적폐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은 철저하고 일관되게 추진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온 반기업적인 정책은 시정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의 자유와 투자를 불합리하게 구속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정비해 나갈 것입니다. -국내증시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내부자거래, 주가조작 등 시정해야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증시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있습니까. ▲코스닥 등 벤처기업의 주식을 둘러싸고 정치권력까지 개입된 범죄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이런 불법, 범죄행위는 선량한 투자자인 국민만 피해를 입게 하고, 결국 우리 경제도 멍들게 됩니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공정한 시장경제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주식시장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의 준사법적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금강산 관광, 경협 등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져있습니다. 앞으로 남북경협 등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밝혀주십시오. ▲최근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북한이 경직된 자세를 보이면서 남북간에 합의된 사항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서 무원칙한 대북 자세와 일방적인 퍼주기식 대북 햇볕정책으로 일관해 온 우리 정부 또한 책임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대북 정책은 분명한 목표와 원칙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북한의 변화도 유도해 나갈 때 남북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대북정책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북한의 개방과 변화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당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상호주의, 국민합의와 투명서 그리고 검증의 3원칙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도하 개발아젠다) 협상에 따른 국내시장 개방에 대한 생각과 국민여론 합의 등을 위한 바람직한 대응방향은 무엇입니까. ▲ 뉴라운드로 시장개방이 추가로 되면 국내적으로는 이득을 보는 분야도 있고 피해를 입는 분야도 있습니다. 농업, 서비스업 등 전면적인 개방에 취약하고, 피해를 당할 분야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최근 가계파산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등 가정경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정경제를 건실하게 할 대책이 있으시면 밝혀 주십시오. ▲가계부담이 가장 큰 네가지를 든다면 주택, 사교육, 연금, 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네가지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국민부담을 덜어주는 민생대책을 펴야 합니다. 전월세의 문제는 서민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서민주택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교육비의 문제는 공교육과 유아교육을 정상화해서 사교육비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연금과 의료의 경우 연기금과 건강보험재정의 부실화를 가져온 제도 개혁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도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개인파산제도를 개선해서 갱생하려는 의지를 북돋아 주고, 경제 능력을 상실한 빈곤층에 대해서는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확대하되 행정인프라를 대폭 강화해서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정치권이 유권자의 표를 의식,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총재께서는 이런 우려감을 제거하면서 어떻게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실 계획인지요. ▲특히 이 정부는 우리 경제의 체력을 튼튼히 다지는 일은 하지 않고 손쉽게 국민의 혈세만 쓰려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결국 정치논리로부터 우리 경제를 보호하는 리더십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저와 우리 당은 내년의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담긴 여야간 합의가 필요하다면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일각에서 일부 여야 대선후보들이 불공정 경선 등의 이유를 들어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요. 아울러 당권과 대권 분리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경선 불복과 같이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일은 우리 정치사에 다시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당에서만큼은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지금 우리 당 국가 혁신위원회에서 전반적인 국가혁신의 과제중 하나로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중지를 모아 결정하면 저도 따를 것입니다. 양정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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