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명의 욕구, 사랑의 욕구, 창조의 욕구를 근원적으로 지닌 존재다.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모색이나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사람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잃어버리거나 회의를 느끼게 된다.현대인은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자유와 평등과 풍족과 편리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가슴 속이 불만과 소외감과 공허와 불안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먹을수록 배고파지는 위장을 지닌 이상한 생물로 변해버린 듯하다. 사람을 개인이 아닌 군중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거대도시와 기계문명의 와중에서 근원적인 욕구를 실현시킬 영역을 자꾸만 잃어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지닌 근원적 욕구는 그냥 시들어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그렇다. 비대해진 욕망은 자제력을 잃게 마련이고 자제력을 잃은 욕망은 삐뚤어진 방향으로라도 출구를 찾아 분출하려고 한다. 실현되지 못한 생명의 욕구는 파괴력으로 바뀌어 분출하고, 실현되지 못한 사랑의 욕구는 증오심으로 바뀌어 분출하며, 실현되지 못한 창조적 욕구는 무모한 지배욕으로 바뀌어 분출한다.
우리는 이미 도처에서 그런 일이 사태나듯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해왔다. 그래서 현대사회는 파괴욕, 증오심, 지배욕으로 팽배해 있다.
건전한 욕구가 변형된 파괴욕, 증오심, 지배욕은 노골적으로 분출해 나오기도 하고 교묘하고 은밀한 수법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인은 까닭없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위해를 당하기도 하며, 또 자신도 모르게 알지 못하는 사람을 까닭없이 증오하고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창조력이 고갈된 엘리트는 간지를 동원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행사하려 들기도 한다. 창조적 역량 배양에는 관심이 없고 영향력, 지배욕, 명예욕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의 욕망충족의 이용물이나 제물이 되어 있는 자신을 문득 느끼고 당황하게 될 때도 있다. 반대로 자신의 내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부정한 지배욕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명실공히 선진국대열에 오르려면 생명의 욕구, 사랑의 욕구, 창조의 욕구를 바로세우고 바로 실현하는 사회풍토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