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임성남에 거는 기대

지난 15일 방한한 전직 국가수반 모임 '디 엘더스(the Elders)'의 실무단은 우리 정부에게 "원한다면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북한 측에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메시지가 있다는 설도 있었지만 실제 전한 바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그 쪽에서 방문하겠다고 말해서 우리가 받아들인 것 뿐"이라고만 했다. 크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정부 측의 당시 설명이었다. 엘더스도 그저 남북대화 등에 그저 숟가락 하나 올리기 위해서 오려는 게 아니냐는 정서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단장으로 한 엘더스 대표단은 지난 4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제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만 받은 일도 있다. 사실 우리 정부의 이런 반응도 분명 일리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대화가 사실상 큰 진전이 없었다가 중재자 없이도 올해 두 차례 남북비핵화회담이 이뤄졌고 인도주의적 사안을 중심으로 접촉의 끈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정부에 비하면 대화의 깊이나 횟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당장 국회 남북관계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 8월 개성공단 방문 허가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중재하려는 마음이 드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 북핵 문제든, 직접적 남북 관계 문제든 이제부터 스스로 대화를 잘 풀면 되는 일이다. 조건은 어렵사리 만들었으니 남은 것은 대화의 테이블에서 제약 없이 풀어갈 능력이다. 임성남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를 추동할 수단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건 남한인 것을 북한이 잘 알고 있으니 결국 남북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그 수단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잘 써서 북한을 구슬리는 것도 능력이다. 마침 임 본부장도 취임 한 달 남짓 지나는 17일 한미일 북핵 고위 당국자 회동에서 6자회담을 재개할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화를 풀어갈 기회를 만들어 놓고 허송세월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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