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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도회사 노동자 출신인 랠프 넬슨 엘리엇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 주식에 입문한 후 1934년 '파동이론(The Wave Principle)'이라는 책을 통해 하나의 이론을 주장했다. 주식시장에는 5개의 상승 파동과 3개의 조정 파동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 파동이론(Elliot wave principle)'은 시간(X축)과 비율(Y축), 두 요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패턴(pattern)으로 구성되고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수학적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엘리엇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46년 집필한 '자연의 법칙-우주의 비밀'은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를 예측한 '로버트 프렉터'에 의해 세상에 소개됐다. 이후 많은 기술적 분석가들에 의해 증권시장의 예측 도구로 주목받았다.
엘리엇 파동이론으로 증시의 흐름을 구분하면 하나의 파동은 '매집국면'을 거쳐 '추세추종국면'에 진입한 후 '분산국면'으로 상승 파동을 마무리한다. 하락 파동은 이와 반대다. 이 구간에는 상승파와 반등파, 하락파와 조정파가 혼재된다.
상승파와 반등파가 '올라간다'는 의미에서는 같지만 상승파는 충격파(impulsive)이고 반등파는 되돌림파(retracement)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파동이 1,000~1,500포인트였다면 상승파는 1,000포인트에서 시작해 1,500포인트 이상 오를 수 있다. 반면 반등파는 1,50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다시 하락해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내려간다'는 의미의 하락파와 조정파도 마찬가지다. 파동이 1,000~500포인트였다면 하락파는 500포인트 이하로 내려가는 것이고 조정파는 다시 상승해 1,000포인트를 뚫을 수 있다. 엘리엇 파동이론에서 반등파나 조정파는 직전의 충격 파동을 교정(corrective)하는 과정이다.
2011년 4월 2,231포인트를 기록하며 거침없이 상승하던 코스피는 그해 8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1,644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이후 강한 상승 흐름을 보여 여러 차례 2,050포인트를 넘는 등 현재는 3년여간 1,900~2,000포인트 사이에서 지루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저점을 높이며 2년 넘게 올라온 400포인트가량의 상승을 엘리엇 파동이론 측면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 비율(Y축) 측면에서 본다면 기대했던 상승파는 지난해 5월 실패했을 가능성도 있다. 2개월 만에 만들어진 장대음봉 2개를 10배가 넘는 시간(X축)에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구는 축구와 달리 공수를 동시에 하지 않는다. 한 이닝에서 전반에 공격을 했다면 후반은 수비를 해야 한다. 수비를 하는 동안에는 점수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최대한 점수를 덜 주고 다음 이닝의 공격 차례를 준비해야 한다. 59년의 증시 역사를 돌이켜볼 때 현재의 증시 구간이 수비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성공적인 방어를 해야 '역전 만루홈런'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