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상반기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예전보다 외국인의 ‘입김’이 다소 줄었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6월28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600억원. 이 기간 기관이 1조원 이상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여전히 40%를 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는 종목 및 업종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는 보다 정확한 분석과 자금력으로 된다 싶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이후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시세차익을 낸다”면서 “외국인 매수 종목, 업종 위주로 접근하는 것도 투자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ㆍ조선 등 집중매수=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LG카드. 총 3,5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감자 등의 구조조정 후 영업정상화 속도가 빨라진 데다, 내수 회복에 따른 수혜 가능성 및 인수ㆍ합병(M&A) 대상으로서의 매력 등이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노무라증권과 크레디리요네증권(CLSA) 등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 추천도 잇따랐다. 또 국민은행 2,888억원(3위), 하나은행 2,037억원(6위), 신한지주 1,174억원(10위), 삼성증권 980억원(14위), 외환은행 867억원(16위)을 순매수하는 등 경기회복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업종을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상반기에 금융업종을 1조3,100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이며 순매수 1위 업종에 올렸다. 한편 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SK(3,136억원), S-Oil(2,126억원), 한화석유화학(407억원) 등 화학업종을 8,861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조선업종 호황 기대감으로 조선주에 대해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진 점도 눈에 띈다. 현대중공업(933억원), 두산중공업(810억원), 현대미포조선(788억원), STX조선(749억원) 등이 외국인 순매수 20위안에 올랐다. 이밖에 웰빙 테마로 관심을 모은 웅진코웨이를 1,354억원어치(7위) 사들였고 강원랜드(1,181억원ㆍ9위), CJ CGV(1,033억원ㆍ12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등도 순매수했다. ◇수출ㆍIT주는 팔아= 반면 원ㆍ달러 환율하락, 유가상승, 정보기술(IT)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1ㆍ4분기 실적이 악화된 수출 대표주에 대해서는 대거 매도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현대차로, 무려 1조214억원을 팔아치웠다. 현대차가 지난 2~4월 총 6,238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도 금액이 크다. 현대차와 함께 1ㆍ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던 기아차도 522억원어치를 팔았다. 또 LG전자(2,741억원), 삼성전자(2,735억원), LG필립스LCD(2,082억원), 삼성SDI(1,055억원) 등 IT관련주에 대해서도 매도 공세를 퍼부었다. POSCO(5,504억원)와 INI스틸(1,527억원) 등 철강주도 팔았다. 이에 따라 업종별로 봤을 때 제조업 1조1,022억원, 전기전자 8,947억원, 철강금속 7,572억원 등 수출 대표주가 속한 업종들이 나란히 외국인 순매도 상위 업종 1~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내수주의 대표주자인 신세계의 주가가 주당 30만원대로 상승한데다 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상장으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진 영향으로 외국인 순매도 3위(3,678억원)에 올랐다. 이통통신업체인 SK텔레콤과 KTF도 각각 529억원, 312억원 팔았다. ◇하반기 기대주는 ‘업종대표주’= 상반기는 환율 등의 영향으로 수출 관련 대형주의 실적이 안좋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는 업종 대표주로 관심을 돌리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올 상반기가 주로 중소형주 위주로 움직이는 장세였다면 하반기는 대형주가 이끄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CLSA는 ‘대형 브랜드를 사라’라는 제목의 한국 증시전략 보고서를 통해 “월풀 등 세계적인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가전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는 LG전자와 플래시 사업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중인 삼성전자, 중국과 인도에서의 수출을 확대중인 현대차 등을 예로 들었다. 또 LG와 국민은행, POSCO, 기아차, SK등을 최우선 투자유망종목(톱 픽)으로 꼽았다. 또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건, 부정적으로 보건 간에 내수주에 대한 비중 확대를 외치고 있어 이들 종목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주의 경우 경기가 회복될 때는 이익 모멘텀이 가장 크게 발생할 전망이고, 수출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SFB, 씨티글로벌마켓(CGM)증권 등 비관론자들은 물론이고 UBS, 모건스탠리 등 낙관적인 증권사들도 앞다퉈 금융, 내수소비재 등을 사라고 조언하고 있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긍정적 접근’으로 상향조정하고 LG카드, 국민은행 등 내수회복과 관련된 금융섹터를 공략하箚?밝혔다. JP모건증권은 기술주의 경우 반도체 산업의 출하량 증가 및 가격 상승을 점치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선호주로 꼽았다. 또 내수주에서는 과거 예대마진 축소에 따른 과민한 반응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금융주를 추천하며 국민은행과 삼성화재를 톱 픽으로 꼽았다. 반면 메릴린치 증권은 “고유가와 세계 성장률 둔화, 아직도 미흡한 내수 회복세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주식시장의 탄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상반기 유통, 건설, 은행, 유틸리티, 정유 등 내수관련 종목군이 강세를 기록했는데 이제는 이쪽이 가장 취약하다”며 대조적인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