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시라카와 일본銀 총재

'매파' 성향…물가안정 우선 금리정책 펼듯<br>점진적 통화공급에 중점 '시카고 학파' 가까워<br>정부 적극 개입 반대하고 시장자율 우선 중시<br>리더십 의문…정치권과 관계 정립 등도 과제로




일본은행호(號)의 조타수를 잡게 된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ㆍ58) 총재는 일본경제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34년간 일은(日銀)에서 근무하고 이후 교토대에서 1년반 남짓 교수생활을 한 것이 시라카와 총재 경력의 전부다. 불행하게도 그에겐 주요기관의 수장을 맡아 자신의 견해를 대외에 밝힐 기회가 거의 없었다. 시라카와의 경력을 통해 그의 철학을 짚어보면 그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반대하고 시장자율을 우선하며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 구축과 유지에 주력한다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시카고대학에서 공부한 점을 들어 '시카고학파'의 통화론에 입각해 정책으 펼 것으로 지적해 관심을 끈다. 정부가 임금과 가격을 조절하는 '재정정책'보다는 중앙은행을 통해 점진적인 통화공급 정책을 펴면서 경기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에 중점을 두는 시카고학파의 시각에 가깝다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 전 시카고대 교수가 이런 관점의 대부다. 시라카와는 지난 1972년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곧바로 일본은행에 입사했다. 일은 근무도중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수학, 1977년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때 시카고대학은 프리드먼의 '통화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프리드먼은 바로 전해인 1976년 노벨상을 수상해 그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시라카와는 귀국 후 주로 금융정책과 결제시스템 확립에 열중했다. 일본은행에서 신용기구과장, 국제자본 및 기획조사 담당 심의역, 금융정책 담당 이사 등의 보직을 거치고, 교토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금융정책을 강의했다. 그는 일본은행 이사로 있던 2004년과 2005년에 잇따라 정리ㆍ발표한 '국채시장과 일본은행', '단기금융시장과 일본은행' 연구 보고서에서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일본은행내의 구조와 시스템을 수정,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쿠이 도시히코 전임 총재가 정부 정책을 쫓아 금리인하 등 양적완화 조치를 확대하자 이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해칠 수 있는 직접 경기부양 정책에 동원되는 것을 극히 꺼린 것이다. 도쿄 금융시장이 일본은행 총재에 시라카와가 임명됐다는 소식에 당분간은 금리인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반응한 것도 이와 관련된다. 그는 일찍부터 일본은행내 '매파'로 불렸다. 그동안 줄곧 중앙은행에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요구해온 일본 정부가 시라카와를 총재에 임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앞서 무토 도시로, 다나미 고지 후보가 잇따라 야당이 지배하는 참의원(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시라카와를 내세운 것이다. 앞서 두명은 똑같이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차관 출신이다. 당초 일본은행내 두 명의 부총재 중 한명 정도에서 정책 균형자 역할에 머물도록 계산된 시라카와가 터무니 없이 수장이 돼 버린 것이다. 정부의 마뜩치 않는 분위기는 시라카와 총재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 지난 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물가안정과 신용질서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자신이 '매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중앙은행장으로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해나가는 것이지 미리 매파니 비둘기파니 전제할 필요는 없다"면서 피해 나갔다. 하지만 9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부의 오래 요구를 외면하고 현 0.5% 금리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시라카와는 자신의 색깔을 고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시라카와의 일본은행은 지금 경기둔화 상태에 있지만 불가불안도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제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라카와는 금리정책을 크게 바꿀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말 발표된 3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대비 3.9% 올라 2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30명의 애널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4분의3인 23명이 연말까지 금리동결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다. 중앙은행의 기능에 대한 시라카와의 생각은 확고한 것으로 보이다. 문제는 리더십이다. 중앙은행 근무한 34년간은 그에게 전문성을 부여했지만 대신에 다른 기관에서 수장으로 일할 기회가 없어 대형 조직을 이끄는데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20일 일본은행 부총재로 임명된 후 3주만인 지난 9일 총재로 초고속 승진한 자신에 대해 시라카와 총재도 "사태의 급격한 변화에 솔직히 당혹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가 정치권과의 관계에 대해 "(관료로) 정부에 있었던 사람에 비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으나 대화와 성실로서 일본은행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춘 것도 이런 이유다. 미국이나 유럽국가와는 달리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는 일본의 풍토아래서 향후 정치권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시라카와의 일본은행이 명실상부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을 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시라카와 총재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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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9년 9월 후쿠오카현 출생 ▲ 1972년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 〃 일본은행 입사. 신용기구과장, 오이타 지점장, 뉴욕주재 참사, 국제자본시장ㆍ기획조사 담당 심의역 ▲ 2002년 일본은행 금융정책 담당 이사 ▲ 2006년 교토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2008년 3월 일본은행 부총재 ▲ 〃 4월 제30대 일본은행 총재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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