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이 상위권 저축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4일 MBK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업계 3위인 HK저축은행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캐피탈은 HK저축은행을 정상화시킨 후 되팔아 투자차익을 챙길 계획이다. 제2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수방식은 현대캐피탈이 MBK파트너스와 공동으로 HK저축은행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8.4%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오는 10월10일 예정대로 증자가 이뤄질 경우 현대캐피탈은 18.5%(372억원)의 지분을 갖는 2대 주주가 되고 MBK파트너스는 39.9%(802억원)의 지분과 함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갖는다. HK저축은행은 증자 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3%에서 11%대로 높아진다. 민운식 현대캐피탈 과장은 “HK저축은행에 대한 투자는 지분투자”라며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싸게 인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비싸게 파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민 과장은 또 “HK저축은행에 대한 금융 컨설팅을 통해 수수료 수입도 기대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상품을 교차 판매하는 전략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HK저축은행이 경영권 분쟁과 불법 외자유치 문제 등으로 업계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건설업이나 제조업체가 아닌 금융업체, 특히 대기업 계열회사가 인수함에 따라 저축은행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56.48%)이 최대주주, GE캐피탈(43.3%)이 2대 주주다. 소비자 금융업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HK저축은행을 통해 500만원 이하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적극 나서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동오 앤알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캐피털 업체들이 소비자금융 쪽으로 진출을 늘리고 있다”며 “현대캐피탈이 저축은행을 인수해 수신기능을 통해 저리로 대출자금을 마련한다면 소비자 금융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ㆍ저축은행을 통해 다양한 금리의 대출상품을 만들면 산와머니ㆍ아프로에프씨그룹 등 일본계 자금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업체가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HK저축은행(옛 한솔저축은행)은 13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자산규모 등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지난 6월 말 현재 솔로몬ㆍ제일저축은행 등에 밀려 자산규모 3위로 낮아졌다. 수신 규모는 지난해 7월 2조2,700억원에서 올 7월 말에 1조8,200억원으로 4,000억원 이상 감소했고 여신도 1조7,600억원에서 1조6,800억원대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