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련,IMF 지원없이 재기할까

◎확대성장 노선 폐기/긴축·부실해소 초점/긴급 경제대책 마련/외국인들 긍정반응/“위기탈출”낙관론 많아말레이시아의 홀로 일어서기는 성공할 것인가.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말레이시아가 최근 발표한, IMF지원을 배제한 긴급경제운영계획에 국내외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경제대책이 긴축정책을 채택, 10여년간 마하티르 총리에 의해 추진해온 확대형 성장전략 노선을 사실상 폐기한데다 IMF의 지원없이 금융위기의 거센 물살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강한 의욕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표한 경제계획은 예산 대폭 삭감 등의 긴축정책과 금융기관 부실해소에 촛점을 맞추고있다. 긴축정책의 주요 내용은 ▲장·차관급 급료 10% 삭감 등 98년예산 18% 감축 ▲1백억링기트(27억달러)규모의 사회간접자본 사업연기 ▲현재 2백40억달러인 외환보유고를 수입액의 3.6개월분으로 확대 ▲GDP(국내총생산)의 5%수준인 경상적자는 3%수준으로 감축 ▲해외투자 보류 ▲신규상장 제한등 증시물량 조절등이다. 태국의 통화위기 불똥이 옮겨붙은데도 불구하고 굽히지않았던 마하티르 총리의 의욕적인 성장우선정책이 마침내 안정우선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다 발등의 불인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획기적인 금융기관 구조조정 계획이 제시됐다. 현재 말레이시아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 8월말 현재 전체 대출의 6%에 달하고 있고 내년에는 10%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체여신중 부동산 대출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부실한 금융시스템이 국제환투기세력의 공격대상이 되면서 링기트화가 44%나 폭락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부동산개발, 주식투자등 비생산적인 분야에 대한 은행권의 신규대출을 제한하고 전체 은행대출의 25%에 달하는 신용대출을 억제, 부실채권를 대폭 감축할 계획이다. 외국투자가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긴축경제계획 발표후 처음 열린 지난 8일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가 6백95.10로 87.70포인트(14%)나 올랐고 콸라룸푸르 은행간 금리(3개월물)도 9.07%에서 9.02%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또 링기트화는 달러당 3.6550으로 발표전인 지난 금요일보다 0.050 상승했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축소등 정부지출 축소 운용은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말레이시아도 예외없이 겪어온 정경유착의 폐해를 크게 줄일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정치적 연줄이 아니라 경쟁력 향상여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경제활동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있다.말레이시아의 금융위기가 부실대출을 가진 금융권에 국한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말레이시아는 지난해말 현재 외채대비 외환보유액비율이 75%, 순외채대비 외환보유액이 6.2배나 달하는등 외환보유고 사정이 동남아4국중 가장 양호하다. 또 올해 무역흑자가 2백60만달러로 예상되는등 실물경제도 다른 동남아국에 비해 견고한 편이다. 따라서 긴축정책을 실시, 거품을 걷어내고 정경유착의 고리만 끊을 경우 위기탈출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경제계획을 안와르 부총리겸 재무장관이 주도적으로 수립한 사실에 외국투자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의 환투기에 대해 「서방 자본주의의 아시아침략」이라는 비난을 했던 마하티르 총리는 이번 계획이 마련되는동안 외유를 했으며 안와르 부총리가 미셸 캉드시 IMF총재를 만나 실행계획을 성안했다. 올해 50세인 안와르 부총리는 스스로를 국가지상주의 경제기획가라고 부르면서도 서구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말레이시아 경제 운영의 주도권이 민족주의성향이 강한 마하티르총리로부터 합리적 사고의 안와르 부총리에게로 세대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있다. 그러면 말레이시아를 기피했던 외국인투자가들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IMF 긴급금융지원에서 금융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은 태국,인도네시아, 한국등과는 달리 자체노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말레이시아의 의욕적인 계획이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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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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