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간기업의 부침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둔화와 과잉생산의 여파로 중국 500대 민간기업순위에서 부동산개발업체들과 철강업체들이 미끄러지고 있다. 반면, 제조·소매·석유화학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기업 매출의 증가세는 여전하지만, 이익률은 크게 떨어져 덩치만 큰 허약 체질로 변화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중국민영기업연합회와 중국통계협회 등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4년 중국 민영 500대기업'에는 쑤닝전기, 레노버, 산둥웨이차오 등이 지난해 각각 2,798억 위안(48조2,375억원), 2,266억 위안 2,413억 위안의 매출로 1~3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가전유통업체인 쑤닝이 2년 연속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부동산 거품붕괴에 순위 뒤바뀌어=이번 조사는 지난 8월 공상연합회가 발표한 500대 기업과 달리 부동산업체들이 모두 상위권에서 밀렸다. 대신 산둥웨이차오와 같은 신생기업들이 대거 상위권에 올랐다. 10위권에는 쑤닝ㆍ산바오 등 소매업체와 레보버, 화웨이 등 전자업체, 서비스업체인 위륜, 석유화학업체인 화신에너지, 헝리그룹, 광후이 등이 포함됐다. 2013년과 비교해서는 화웨이가 3위에서 4위로 내려왔고 철강업체인 사강과 부동산개발업체인 완다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중국민영기업연합회는 "완다의 매출이 헝리보다 많지만 이번 조사는 매출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각종 영업지표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우선으로 봤다"고 말했다.
중국의 민영기업은 경제성장과 함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00대 기업의 매출총액은 13조2,122억위안(약 2,189조원)으로 전년보다 24.91% 증가했다. 매출이 1,000억위안이 넘는 기업의 수도 전년 10개사에서 16개사로 늘었다. 500대 기업의 평균 매출은 264억위안으로 집계됐다. 500대 민영기업에 포함되기 위한 매출은 전년도 77억7,200만위안에서 91억2,200만위안으로 17.38% 증가했다. 500대 민영기업의 세후 순이익은 4,977억3,600만위안(약 82조5,146억원)으로 전년보다 17.43% 늘어났다. 자산총액은 11조227억위안으로 전년보다 21.28% 올라갔다.
중국의 500대 민영기업의 업종은 주로 제조업이었다. 제조업체 수는 299개사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다음이 건설·부동산 업종(60개)으로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3위로 뛰어오른 면방업체 산둥웨이차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업체는 산둥웨이차오다. 방직을 기반으로 국가전력망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산둥웨이차오는 2012년 30위권 밖이었지만, 이번에 3위로 올라섰다. 24년전 직원 61명의 면방직 업체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장스핑 회장의 탁월한 기업가 정신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장 회장은 1년에 절반이상 놀던 산둥웨이차오 공장의 유휴시설에 대두, 대두, 땅콩, 목화씨를 구입해 가공 기름으로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일을 해내며 산중웨이차오를 불과 4년만에 세계 1위의 효율성을 가진 면방직 업체로 키웠다.
여기다 자체 전력공장에서 생산된 전력을 일부 회사와 민간에 국영 전력망보다 33% 가량 싸게 공급하며 정부가 독점해온 전력망사업을 뒤흔들기도 했다. 물론 이 전력회사는 정부의 압박으로 조업을 중단했지만 도전만으로도 산둥웨이차오를 중국 민영기업 혁신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2년 연속 1위에 오른 쑤닝도 주목을 받는다. 1987년 10만위안(약 1,720만원)의 자본금으로 장쑤성 난징시의 에어컨 가게로 출발란 쑤닝은 지금은 중국 전역에 1800여개 점포, 18만명의 종업원을 보유한 중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전자제품 월마트를 꿈꿨던 쑤닝은 온라인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B2C 업체 3위를 굳히고 있다. 올해 초에는 중국기업 중 최초로 국제택배사업권을 따냈고 민영은행 설립도 신청했다.
◇덩치만 큰 '대기업병' 확산= 외형만 확대될 뿐 영업지표가 악화되는 대기업병도 나타나고 있다. 매출이나 자산규모는 커지는 반면 이윤창출 능력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참고보의 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은 매출이나 자산규모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평균 자본금이익률은 4.24%, 자산이익률은 1.36%로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141개 기업은 이익이 감소하며 10억 위안 이상 적자를 본 기업도 지난해보다 19개나 늘었다. 118개 기업의 순자산이익률은 1년 정기예금 금리인 3.3%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중국 민영 대기업들의 이윤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체적인 경쟁력이 부족한데다 과도한 해외 진출로 제살 갉아먹기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리젠 중앙기업연합회 부회장은 "중국의 500대 기업의 이익률은 미국 기업들의 절반 수준"이라며 "중국 기업은 이미 덩치만 크고 강하지 않은 허약한 비만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약화에 민영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투자방향을 바꾸고 있다. 500대 기업 중 389개 사가 기업구조를 바꾸기를 위한 상세한 계획을 이미 수립했다. 전년에 비해 30개가 증가한 규모다. 특히 물류, 에너지 등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수는 모두 202개에 달했다. 금융서비스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수도 183개에 이르렀다. 이런 업종들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