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논공행상 따른 보은인사 가능성

■ 공기업 기관장 물갈이 시작됐다<br>지경부 산하 수장자리 30개 넘어 관심 '0순위'<br>에너지기업 CEO는 정치인·관료들에 기회 줄듯

"지원자가 많아 어차피 연임이 힘들 것 같아 마음을 비웠습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공기업 사장의 푸념이다. 공공기관장 교체 시즌이 임박하면서 각 정부부처 산하 공기업 사장들은 요즘 '안테나 세우기'에 한창이다. 지난 2008년 MB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있었던 대대적인 물갈이에 이어 3년이 지나 또다시 대규모 기관장 교체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MB정부는 출범 직후 303개의 공기업 및 기관의 수장들 가운데 30% 이상을 일괄사표 형식을 빌려 임기 중 교체했다. 2008년에 이어 올해 교체가 예상되는 기관장 자리는 모두 140개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알토란 같은 공기업 사장 자리는 정치권과 민간, 그리고 관료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1월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부 (공기업 CEO)들은 극히 소극적이고 형식적으로 일한다"며 "임기 동안 적당히 편하게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후 대규모 물갈이가 점쳐져왔다. 실제로 최근 들어 임기를 앞두고 공공기관장들이 속속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 같은 경고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아울러 현 정부가 임기 중에 공기업의 인사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논공행상'에 따른 보은 인사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그동안 현 정부 들어 마땅한 자리를 챙기지 못한 친정부 인사들 역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적극적인 줄대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공기업의 한 임원은 "벌써부터 공기업 사장 자리를 놓고 물밑에서 상당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경쟁자들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전과 달리 '눈높이'를 낮추는 하향지원 현상도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30개가 넘는 새로운 수장 자리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지식경제부 산하의 공기업 사장 자리는 단연 관심 '0순위'다. 특히 2008년 정부가 한국전력과 석유공사ㆍ가스공사 등 이른바 '에너지공기업 빅3'의 경우 정치인이나 관료보다는 민간인 우선 전략을 표명해 모두 민간인 출신으로 채워졌다. 따라서 오는 8월을 앞뒤로 잇따라 임기가 끝나는 주요 에너지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이번에는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기획재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공기관 평가 작업도 향후 공기업 CEO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잣대 가운데 하나다. 이번 평가는 기관장과 기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며 결과는 5월 말 공표된다. 평가 결과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 든 기관장들은 연임에 욕심을 내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짐을 싸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의 임기가 2~3년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이번에 상당한 인사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임기가 끝나면 새 인물이 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사실상 대규모 물갈이에 무게를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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