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콩 부동산재벌 "옛날이 그리워"

홍콩의 중국 반환을 기회 삼아 막대한 부(富)를 챙겼던 홍콩 부동산 재벌들이 97년 주권 이양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8일자)에서 한 때 세계 최대 부자 대열에 이름을 내걸고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홍콩 부동산 재벌들의 처지가 예전 같지 않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재신(財神)이라고까지 불리는 리카싱 등 홍콩의 부동산 개발 업자들이 세계적인 대부호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홍콩의 중국 반환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980년대 영국과 홍콩 반환 협상을 진행하던 중국 정부는 영국인들이 홍콩 내 보유 토지를 대거 처분하고 자본을 본국으로 빼내갈 것을 우려, 홍콩 반환 때까지 신규 개발을 제한하기로 영국과 합의했었다. 이 같은 합의는 넘쳐 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르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당시 홍콩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거듭되고 있어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개발 업자들의 주머니를 가득 채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홍콩 부동산 시장은 97년 주권 이양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급부족 현상은 역전돼 공급과잉이 심화됐으며, 홍콩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치달으면서 돈이 부동산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부동산 개발 회사들의 신용등급까지 떨어뜨렸다. 지난달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리카싱의 청콩그룹을 포함, 3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S&P는 또 다른 4개 업체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개발 회사들은 이동통신 등 다른 분야에 진출하거나 중국 본토를 공략하는 등 사업 다각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홍콩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실정이어서 예전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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