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굴복, 그리고 절망

제7보(101~138)


흑5로 깊숙하게 쳐들어간 수가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였다. 얼핏 보기에는 다소 과해 보이는 이 수는 요다의 깊은 수읽기를 나타내 준다. 장쉬는 15분 간 고심하다가 백15로 가장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대국 현장인 히라스카의 공개 해설장에서는 조치훈의 수제자인 김수준 7단이 해설을 하고 있었다. 함께 마이크를 잡은 여자 아나운서가 그에게 물었다. “너무 백이 웅크렸네요. 좀 공세적으로 두면 안되나요?” “그게 잘 안됩니다. 공세적으로 두자면 이것인데….” 김수준은 참고도1의 백1을 제시하고 계속해서 그 공격이 수포로 돌아가는 과정을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흑4로 붙이는 것이 포인트. 백5로 굴복하면 흑6 이하 20으로 백이 무너진다는 것. 참고도2의 백5로 반발하면 흑6 이하 26으로 좌변의 백이 모조리 함락된다. 이 모든 변화를 대국자 쌍방이 읽고 있었다. 실전보의 백14도 지나친 굴복 같지만 이것이 최선이다. 이 수로 15의 자리에 뻗으면 흑이 14의 자리에 잇고 외곽을 조여 붙여서 참고도1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 최소한도로 지키려 했던 장쉬의 의도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장쉬가 중앙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좌변에서 상처를 입어 백이 절망적인 상황이다. (18…6.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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