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수포자(수학포기자)'라고 일컫는다. 많은 사람이 그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억지로 공부하고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그동안 공부한 것은 잊은 채 수학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삶을 산다.
그러면서 지겹고 어렵기만 한 수학이 현대 사회 전반에 얼마나 광범위하고 깊숙이 적용돼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 나아가 사회적 갈등까지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간과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보험료의 정확성을 계산·확인하고 산출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수학을 핵심요소로 사용한다. 사람이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지, 특정 연령대에는 어떤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지 등을 수학을 통해 추산해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보험을 비롯한 금융 부문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도 수학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생전 스티브 잡스는 자기가 만든 회사 애플에서 해고된 후 옮긴 3D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에서 '토이스토리(1995)'라는 공전의 히트작을 만들었다. 이 작품의 제작진에 여러 명의 수학자가 포함됐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 결과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기하학·미분 등을 활용해 변화량을 예측해 선이 끊어지지 않고 선명한 그림이 완성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수학을 단순한 학문이 아닌 실용적 기술로 끌어내어 혁신을 창출한 사례다.
보험산업에도 동일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생명보험에는 인간의 수명을 계산해 보험료 산출에 적용하는 '경험생명표'라는 것이 있다. 통계를 이용해 기초사망률을 산출한 후 '일련의 관측치와 일치하면서 평활하고 규칙적인 값을 구하는 과정'인 보정을 통해 성별·연령별 사망 확률을 정확히 계산한다. 마치 '토이스토리' 제작 과정과 같이 선이 끊어지지 않고 매끄러운 선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최근 우리 사회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수학을 활용하면 거짓 없이 하나의 결론이 도출된다. 객관적 통계로 기대수명 예측, 납입보험료 산정, 연금수령액 계산 등 원하는 결과를 추정해 제시할 수 있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를 단순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갈등 해결사의 면모다.
수학은 이제 융합사회로 바뀌어가는 시대에 기초학문을 넘어 사회·경제 전반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 실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현대 사회에서 현상과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수학만큼 좋은 도구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정답을 수학에서 찾는 것이 가장 지혜롭고 빠른 해법이라고 믿는다. 정부와 국민 모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수학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을 공감해 수학을 우리 삶에서 더욱 가까이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