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쟁력 강화에 역행하는 첨단업종 축소

수도권 지역에서 공장 신증설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첨단업종 범위가 대폭 축소돼 산업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2일 '산업집적활성화법 시행규칙'을 통해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는 첨단업종을 기존의 99개 업종, 158개 품목에서 85개 업종, 142개 품목으로 축소해 공포했다. 첨단업종을 늘리겠다던 당초 방침과 달리 대상 업종을 줄인 것은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밀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처럼 첨단업종에 대한 수도권 규제를 강화할 경우 관련업종은 물론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업종조정에서 무선통신용 부품장비 등 9개 품목을 추가하는 대신 광케이블과 이동통신 시스템, 단말기 등 25개 품목을 제외했다. 92개 업종, 265개 품목으로 첨단업종 범위를 넓히려던 정부가 오히려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은 품목의 첨단성 외에 실질적 투자수요와 수도권 허용증설이 불가피한 경우 등 첨단산업의 조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첨단업종 지정 획득을 통해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과 함께 취득세 중과세(300%) 적용 제외 등 혜택을 기대했던 기업들로서는 사업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첨단업종 범위축소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지자체와 정치인들이 첨단업종 범위 확대는 지역경제를 붕괴시킨다며 강력히 반발하자 결국 대상 축소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수도권 소재 기업들은 물론 그동안 범위 확대를 기대하며 우수 연구인력 확보 등을 위해 수도권 이전을 추진해온 지방 소재 기업들이 경영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는 것이다. 생산시설 신증설에 따른 투자 활성화와 고용증대 기대도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업종은 우리 경제를 이끌고 나가는 성장동력이다. 지역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첨단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기업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 첨단기업들이 지방에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 등 해외로 나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첨단업종 축소는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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