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천수답 자본시장 자생력을 키워라] 정부 오락가락 구조조정 정책 문제… 세제 등 장기투자 유인대책도 시급

중소 증권사 M&A 지원

불과 7개월만에 말 바꿔

자본시장 위기에는 손쉬운 사업에만 의존했던 금융투자업계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증권 및 자산운용 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금융 당국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락가락하는 증권사 구조조정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증권사 영업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 증권사에 대한 지원 및 제도 보완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전문분야별 역량 강화를 위해 동일 계열 복수 증권사 설립을 허용하고 같은 업종 모델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금융 당국은 M&A 인센티브 촉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소형 M&A정책을 빼버렸다. 대신 증권사 대형화의 필요성과 1그룹 1사 원칙을 근거로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불과 7개월 사이에 말이 뒤바뀐 것이다. 한 소형 증권사의 대표는 "금융 당국의 중소 증권사 정책이 발표 때마다 바뀌면 누구를 믿고 일을 해야 하느냐"면서 "정부의 증권사 구조조정 정책은 특화·전문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구체적인 모델 제시 없이 중소 증권사가 독자적으로 생존하면서 알아서 하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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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개선책도 마찬가지다. 새 NCR 기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상위 10곳의 NCR가 상승한 반면 40개 증권사는 오히려 하락한다. 기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극소형 증권사에 대한 강제적인 퇴출 정책이나 다름없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NCR 규제 개편을 통해 중소형 증권사를 전문화로 유도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정책이 인위적으로 대형 증권사를 키우고 중소형 증권사를 고사시키는 쪽으로 쏠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대형화 정책이 자칫 국내시장을 대형 증권사 독과점 형태의 시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16년 아시아펀드패스포트(ARFP) 참여를 앞두고 있는 국내 운용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호주·싱가포르 등의 자산운용 산업은 우리나라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법·제도 등을 개선해줘야 경쟁이 가능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우선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 퇴직연금과 펀드 시장의 연계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해 국내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 유인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돼야 ARFP에 참여해서도 국내 고객들을 해외 운용사에 내주지 않는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출시하는 ARFP 펀드가 외국 자산운용사의 ARFP 펀드와 동일한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ARFP 출범 전까지 세금 문제 등 법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도 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은 "금융 당국이 국내 운용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내수 잠재력이 큰 말레이시아·태국 등이 ARFP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들 국가의 의견을 지지하는 외교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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