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반도체에 이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서 금융산업을 육성하자는 경제계의 논의는 `동북아시아 경제의 중심국가`를 국정 아젠다로 삼고 있는 정부의 정책목표와 어우러져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허브는 투자자금을 집결해 거대한 유동성 풀을 형성하고, 중개하는 금융시장의 역할과 외국투자를 촉진하고 무역 및 물류의 교두보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따라서 금융허브는 국제적 금융도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시아에는 세계적인 은행과 증권회사의 아시아지역 본부를 유치한 싱가포르와 홍콩 같은 금융도시가 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한 증권시장 여건을 살펴보면, 먼저 지정학적으로 서울을 축으로 반경 1,500km 이내에 도쿄, 베이징, 홍콩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세계 GNP의 30∼35%가 생산되고 있다. 다음으로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인 자본화율을 보면 영국 245%, 미국 138%, 프랑스 106%, 일본 65%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겨우 40%대에 머물고 있어 경제규모를 감안한 증권시장 규모는 아직도 미약한 상태에 있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투자비중이 36%에 달해 이미 우리 증권시장은 상당히 국제화가 진전돼 있고, 거래규모를 기준으로 주식은 14위ㆍ채권은 17위ㆍ금융파생상품은 세계 1위를 점하고 있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세계증권거래소연맹 발표에 따르면 2002년 말 기준 세계증시에서 한국증시의 시가총액 비중은 0.97%에 불과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세계에서 한국증시의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대상은 우리시장 전체라기보다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소수의 기업에 국한되고 있다. 이런 투자편중은 이들 기업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아 앞으로 주가전망이 밝고 유통주식수가 많아 손쉽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 속 한국증시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수익성 제고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자매력을 높이고, ELN(주가지수연계채권) 등과 같은 신상품 개발을 통해 투자서비스를 개선하고 시장의 유동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 외국기업의 국내증시 상장이 전무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 외국의 우량기업이 한국증시에 자유롭게 상장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제, 언어문제, 정서 등 현존하고 있는 높은 장벽을 없애야 할 것이다.
한국증권거래소는 세계 속의 한국증시를 만들고자 지난 2000년 동경거래소와 양해각서를 교환한데 이어 올 3월 상해 및 심천거래소와도 양해각서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입지를 최대한 활용해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경제 중심 3국(한려芟일) 시장과의 연계를 통한 `동북아경제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길 희망한다.
<김유경(증권거래소 조사국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