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란 영화가 최근 개봉했다. 야구심판(임창정)과 탤런트(고소영)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야구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엮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왕년의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 김성한선수는 영화 속에서 배우 뺨치는 연기를 보여 화제가 됐다. 영화제목은 두 남녀의 사랑을 「해가 서쪽에서 떠야만」 가능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만일, 해가 진짜로 서쪽에서 뜨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아침에 일어나 눈부신 해를 보기 위해서는 서쪽으로 창을 내야 한다. 갑자기 해돋이가 보고 싶으면 태백산맥을 넘는 대신 시원하게 뚫린 경인고속도를 달려 서해로 가야 할 것이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것은 사실 지구의 자전 방향이 바뀐다는 것이다. 시계방향으로 도는 푸코의 진자가 반시계방향으로 바뀐다. 미국이 이라크에 미사일을 쏠 때에도 지금과는 다르게 목표지점보다 오른쪽으로 조준을 해야 한다.
자전방향이 달라지면 바람의 방향도 달라진다. 우리나라에 불던 편서풍이 편동풍으로 바뀐다. 계절의 차가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가 연중 온난 다습한 지중해성 기후가 된다. 봄이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바람 대신 일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공해를 실어올 것이다.
7, 8월이면 우리 나라에 큰 피해를 주던 태풍도 사라진다.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만들어진 뒤 무역풍(편동풍)을 타고 북서쪽으로 진행하다가 북위 30도에서 편동풍을 만나 우리나라 쪽으로 온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반대로 바뀌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는 피해를 주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적도 부근의 동서쪽 바닷물 온도차가 바뀌어 태풍이 서태평양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동쪽에서 생겨 멕시코와 미국의 서해로 갈 것이다.
육지의 모습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륙은 맨틀의 대류에 따라 움직이는데 자전 방향이 달라지므로 맨틀의 흐름도 지금과 달라진다. 어쩌면 우리나라는 남극 가까이에 있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는 하나로 딱 붙어 있을 지 모른다. 세계의 유명한 산맥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을 것이다.【과학문화지원단 성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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