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채권단, 포스텍 외면 땐 STX그룹 흔들려

&&산은ㆍ우리은행 충돌…금융 당국 중재 없으면 정상화 작업 장기전 들어갈수도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STX를 통해 STX팬오션을 비롯, 10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강 회장은 STX의 지분을 9.9%만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에 불안 요인이 있지만 이를 보완해주는 게 바로 포스텍이다. 강 회장은 포스텍의 지분을 69.4%나 갖고 있어 사실상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포스텍은 지주회사인 ㈜STX의 지분을 23.1%나 보유, 자칫 불안할 수 있는 강 회장의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에게 포스텍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지배구조 때문이다. 만약 포스텍이 흔들리면 STX그룹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강 회장 역시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이 약해진다. 포스텍이 STX그룹의 실질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STX그룹의 실질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포스텍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우리은행과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채권단의 중요한 축인 산업은행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STX그룹에서 포스텍의 역할을 알고는 있지만 자율협약을 체결할 여타 계열사와 포스텍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추가 논의는 해봐야 알겠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산업은행은 사실상 개인회사인 포스텍에도 자금지원 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 경우 채권기관이 담보 주식 처분에 나서면서 포스텍→㈜STX→STX주력 계열사로 이어지는 강 회장의 지배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 포스텍은 ㈜STX 지분 16.8%를 담보로 증권금융 등으로부터 200억여원의 대출을 받은 상황. 자율협약을 맺지 못하면 채권단이 주식 처분에 나서게 되고 포스텍은 STX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자율협약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과 달리 채권단 100%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 7일 포스텍 자율협약 수용 여부를 위한 채권단 회의에서 포스텍 지원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포스텍 자율협약 수용이 어렵다면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STX의 자율협약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이 모종의 중재에 나서지 않는 한 채권단 간 이해관계가 이처럼 얽히면서 포스텍과 ㈜STX의 자율협약 수용 여부는 지리한 장기전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STX그룹의 구조조정 작업 전반도 순탄하지는 않다.

당장 그룹의 사업지주회사인 ㈜STX의 운명을 놓고도 채권단 간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구조조정 총대를 맨 산업은행은 14일 만기 도래하는 2,000억원의 ㈜STX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긴급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13일까지 자율협약 서면 동의를 개별 채권기관에 요구했지만 여타 채권단은 데드라인을 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얼마나, 어떻게 신규 자금 지원이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며칠 내로 자율협약 동의 결정을 요구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만기 도래 회사채는 투자자 책임도 있는 문제인데 은행이 무조건 부담하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 사이에서는 주력 부문이 아닌 ㈜STX를 굳이 자율협약 대상에 넣어 살려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석유ㆍ석탄 수입 등 무역 상사 사업 구조를 갖고 있어 향후 자체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마땅한 수익 구조가 없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