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수제조업체 3중고] 원가부담에 대출상환 압력까지

최근의 금리 상승과 환율 인상은 내수 침체로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내수제조업체들의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원부자재 대부분을 해외서 사다 쓰는 임가공형 중소제조업체 역시 환율상승의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출업체와 달리 내수위주의 제조기업들은 고스란히 환율 상승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뜩이나 내수부진으로 살얼음판을 걷듯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환율상승 충격을 소화해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조선기자재를 만드는 C사 B사장은 “외국에서 공작기계 등을 수입해 생산설비를 돌리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가격 부담마저 늘어나고 있어 한숨만 나오는 있다”며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상승과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올해는 적자를 면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내수경기 부진의 심각성은 높은 부도율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부도를 낸 업체는 모두 4,436개에 이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부도업체수 4,244개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원자재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식품업계도 최근의 시장상황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은 우리 식탁 위의 거의 모든 식품에 포함되는 밀가루와 유지, 설탕 등 주요 식품 원자재 수입가를 끌어 올려, 이를 떠안는 업체는 골병을 앓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불안이 더 커진다면 부담은 업체 뿐 아니라 소비자 몫으로 한층 증폭돼서 나타난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각종 경상경비 인상분을 자체흡수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를 계기로 원자재가 인상분은 물론 그동안의 비용 인상분을 한꺼번에 적용시키기 때문에 소비자의 체감 인상분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 초부터 고강도 구조조정과 연쇄 부도를 겪은 의류업체는 직ㆍ간접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LG패션사업부 신사업파트의 유기성 과장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 미리 생산을 마쳐야 하는 등 준비기간이 긴 업종 특성상, 신생업체나 수입 구조가 좋지 않은 브랜드는 차입금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원단 등의 수입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까지 높아지면 이중고ㆍ삼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헀다. 금리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는데 따른 매출 타격까지 감안하면 파장은 더욱 심각하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이 연매출액 10억원 이상인 신용보증 이용업체 2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요인(복수응답)으로 원자재가격 상승(43.1%)과 내수부진(42.2%), 판매대금 회수난(32.5%), 과당경쟁(29.4%), 자금조달난(27.9%) 등을 꼽았다. 이미 원자재가격 상승이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올라선 것이다. 내년 경기전망이 비관적인 상황에서 중요 경영여건인 환율과 금리가 내수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고 돌아가면서 부도업체수는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중소기업 1,122개사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중소기업의 BSI는 87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BSI는 98인 반면 내수 중소기업의 BSI는 86에 그쳐 여전히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내수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의 경기침체가 심하다”며 “환율상승과 금리인상은 이 같은 내수위주 중소기업의 마지막 자리를 뺏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규진기자, 신경립기자, 서정명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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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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