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인터넷은행 행장·임원도 은행출신 아니면 안된다?

혁신과 충돌하는 기존 은행법

거버넌스 구성 싸고 논란 예고

"새로운 서비스로 금융 혁신하려면 은행과 다른 DNA 갖춘 CEO 필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참여주체들 안팎에서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거버넌스 구성과 관련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중심의 혁신적 은행으로 출범한다는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이 은행을 구속하는 은행법과 감독체계는 철저히 전통은행의 특성에 맞도록 짜인 한계 때문이다.

특히 은행법은 은행장을 비롯한 은행 임원 선출에서 금융 경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원천적으로 '진입 장벽'을 쳐놓았기 때문에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임원진 구성과정에서 참여주체들 간에 잡음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임원진 구성에서 은행법 완화가 필요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완료 이후 임원진 구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은행법 18조2항에 따르면 은행장을 비롯한 은행 임원 자격은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서 은행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자'로 규정돼 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로 선임되어야 한다'고 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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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라는 항목을 폭넓게 적용할 수도 있으나 임원 자격을 심사하는 금융감독원은 '자금 리스크' 관리 능력이 없을 경우 사실상 은행권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 계열 보험사나 카드사에 금융업 경력이 거의 없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기는 하나 금융지주나 은행 임원은 이보다 훨씬 심사가 까다롭다.

실제 금통위원 출신인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금융지주에 진입할 때도 금융회사 경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점만 없을 뿐 기존 은행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은행법 체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법 체계와 인터넷전문은행의 방향성이 일부 충돌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기대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이 ICT 업체 주도로 기존 은행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금융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은행과 다른 '유전자(DNA)'를 갖춘 CEO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계 안팎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주요 평가항목 및 배점분표를 봐도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이 700점에 달하며 이 가운데서도 혁신성이 25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당국이 은행법을 개정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율을 50%까지 허용하기로 했는데 막상 산업자본이 경영에서 소외될 경우 내부 참여주체들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중국에서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1호 인터넷은행으로 호기롭게 출발했던 위뱅크의 경우 최근 초대 은행장인 차오퉁이 돌연 사퇴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오 행장은 중국 은행업계에서 20년간 몸담아온 전통 뱅커지만 인터넷기업 문화와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주요 주주인 산업자본과도 충돌을 빚으면서 물러났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전통은행들의 경우 대부분 재무적투자자(FI)들이 주주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와 경영진 간 갈등이 거의 없지만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은 각자 노림수가 분명한 전략적투자자(SI)들이기 때문에 임원진 구성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현행 은행법 체계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임원진 구성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CEO로 은행업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되 주주가 참여하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할 경우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ICT 업계 고위관계자는 "기본적으로 CEO는 은행 혁신을 이끌 수 있는 ICT 전문가가 해야 하는 것이 맞고 리스크 관리 등에서 전문적인 은행 인재를 선발하면 될 일"이라며 "당국이 더 유연한 심사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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